클릭하여 쿠팡 방문하고 50 툴리 포인트 받기
2시간에 1회씩 획득 가능
글 수 10,254
이쪽이 맞긴 한거야!! "
심한 눈보라 속에서 반은 날아가 버리고 반만 남은 현규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빠르게 내 귀를 스쳐간다.
" 맞어, 아까 이쪽으로 왔었잖아!! "
나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현규의 물음에 답을 했다.
입을 잠깐 열었을 뿐이데도 차가운 눈송이들이 바늘처럼 입천장에 날아와
박힌다.
화창하던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
한건 불과 두시간 전부터 였다. 하지만 지금의 산은 두시간전의 평화롭던
그 산이 아니었다. 산은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고 처음 와본 산인지라
우린 금새 길을 잃어 버린터였다.
나와 현규는 좀 전 까지의 기억을 짜내어 오던길을 되돌아 가고 있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아래만 보고 힘겹게 걷고 있던 내 귀에
다시 현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야!! 저길 봐!! 집이야!! "
집이라구..?
나는 설마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현규를 봤고 곧이어 현규의 두툼한 장갑
낀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정말로 집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장 처럼 생긴 오두막 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그 산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좀전까지만 해도 산에서 얼어죽는게 아닐까..하는 약간의 공포감마져
들던 나였지만 그 산장을 보자마자 다시 힘이 나는것 같았다.
산장에 가까워 갈수록 이상하게도 눈보라가 더욱 거세어져 갔다.
그 산이... 그 눈보라가... 우릴 그 산장으로 향하게 한걸 깨달았더라면..
그때의 우린 그 산장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와서 하는 후회일 뿐이다...
산장에 들어서자 귀를 가득 매웠던 눈보라의 울부짖음이 순식간에 사라졌
다. 그래서인지 산장 내의 적막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 아무도 없나봐.. "
말을 하기위해 입을 열자 하얀김이 담배 연기처럼 퍼져 나갔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산장안의 공기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보다
더 차가운듯 했다.
" 아무도 안계세요!! 저기요!! "
현규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한동안 빈 공간을 울리다 사그라 들었다.
" 정말 아무도 없나보네.. "
현규녀석은 무슨일을 하든 늘 앞장서고 늘 먼저 확인하는 스타일 이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그런 현규와 함께 있는게 다른 어느 누구와 함께 있을
때보다 든든하고 편했다. 반면 현규는 무슨일이든 관찰하고 먼저 생각하는
내가 자신의 덤벙거리는 약점을 보완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걸 떠나서라도 우린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든지 여자를 좋아하는 관점
이라든지 음식의 기호등등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애들이 산을 싫어하는게 보통인데도 이렇게 이산을 찾은것도 둘 다
겨울산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 일단 우리 몸부터 녹이자.. 얼어 죽는 줄 알았네.. "
현규가 농담처럼 내 뱉은 얼어 죽는 줄 알았다는 말에 나는 어느정도
안도감이 들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정말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에 떨었었기에 농담으로 내뱉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지
영화에서만 보았던 성호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 볼 정도 였다.
산장은 겉에서 보기완 다르게 꽤 넓었다.
일층은 ㄱ자로 꺾여 있었는데 우리가 처음 들어선 곳은 벽난로와 나무
밑둥을 잘라서 만든 테이블과 의자등이 있었고 꺾여 들어간 곳엔 간단히
조리를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방 옆으론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자리 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 2층이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건 불이었
다. 우린 벽난로로 다가가 여기저기를 살폈다.
" 다행이다. 누가 장작을 여기에 쌓아뒀네. 너 라이타 있냐? "
" 응, 잠깐만.. "
나는 내 몸집만한 등산가방을 소리나게 바닥에 내려놓곤 옆주머니를 뒤져
담배갑 안에 몇개피 남은 담배와 함께 담겨 있던 라이타를 꺼내 현규에게
건냈다.
" 훗, 담배피우는 놈도 이럴땐 쓸모가 있네 "
현규는 웃으며 라이타를 받아들곤 벽난로 옆에 쌓인 장작개비중 하나를
집어들어 바로 불을 붙이려고 했다.
" 쯧.. 너란놈은 집지으라고 하면 시멘트도 안바르고
벽돌만 쌓을 놈이야 "
" 뭐라고? "
" 이 형님을 봐라.. "
난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가끔 오목이나 두는 눈금이 그려진 부분을
한웅큼 잡고 찢어냈다.
그리곤 멍하게 서있는 현규에게서 라이타를 뺏어 들곤 쌓여있는 장작들중
가는 녀석들을 몇개 집어들어 벽난로 안에 조심스럽게 쌓았다.
그 아래로 찢어낸 종이 뭉치를 넣고 불을 붙이자 종이부분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불이 장작에 옮겨가며 조금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오호... 군대를 산골짜기로 갔다 오더니 많이 쓸만해 졌는걸~ "
" 시끄러 임마. 이정돈 상식이야.. "
나는 현규에게 핀잔을 주곤 불이 잘 일어날수 있게 부지깽이로 장작들을
살짝 들어 올려줬다.
" 아~ 따뜻하다~ "
장작들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하자 벽난로 주위로 금새 온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굵은 장작들을 몇 개 더 올려 놓은 후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여기 사람이 안온지 꽤 됐나보다.. "
" 그러게.. 거미줄도 보이고.. "
산장안은 골고루 쌓인 눈처럼 얇은 먼지들이 코팅되듯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주위를 자세히 살필만큼 마음이 안정되자 갑자기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 아까 보니깐 주방도 있던데 여기 가스도 있나? "
" 가스렌지 같은건 없던데.. 그냥 벽난로에다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자"
" 너 그 짧은 순간에 그런것도 봤냐. "
" 훗, 덩치만 커다랗고 공익 다녀온 놈은 따라올 수 없는 초감각이지.. "
" 수색대 다녀온게 자랑이냐? "
" 자랑은 아니지만 공익보단 어디가서 말하기 수월하지 "
" 이 색히가.. "
우린 투탁거리며 가방안에서 취사 도구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고 있었다.
갑자기 찢어질듯한 눈보라 소리가 들려온건 그때였다.
" 와, 사람이 있네. 다행이다~ "
우린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봤다.
문앞엔 온통 눈을 뒤집어 쓴 젊은 여자 둘이 서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머뭇거리던 우릴 향해 두 여자중 화장이 진한 여자
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먹을껀 없어요? "
우린 다 익어가는 라면냄비를 올려 둔 벽난로 앞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자신들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 전 최지혜 라고 해요. ○○대학 2학년 이구요. 옆에 있는 이 친구는..
야, 니 소개는 니가 해봐 "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긴 생머리의 여자가 쑥스러운듯 입을
열었다.
" 전 이지영 이라고 해요.. 지혜랑 같은과 구요.. "
" 아 예, 전 김현규라고 합니다. △△대학 93학번이구요. 군대 다녀와서
3학년 복학 중입니다. 이 친구는 장동준 이라구 저랑 같은 과면서도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에요. "
내 소개를 하기위해 입을 열려던 난 현규녀석이 내 소개까지 해버리는
바람에 무안하게 입을 닫고 끓고 있는 라면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 와,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예비역 오빠들 이셨네~
그럼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
" 하핫~ 그럼요~ 하하하 "
신났군..신났어..
현규녀석은 입을 닫을지 모르고 계속해서 헤헤 거리고 있었다.
막 발동이 걸린 현규녀석이 한창 자기 자랑에 들어가려던 찰나 나는 라면
냄비를 바닥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현규의 입을 막았다.
" 라면 다 익었네요. "
라면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네명 모두가 눈보라속에서 고생을 한 탓
에 라면 여섯개론 양에 차질 않아 보였다.
라면을 먹을때 곁눈질로 살짝씩 보니 세련된 화장에 활기찬 지혜란 애도
긴머리에 어울리는 조용한 모습의 지영이란 애도 둘다 보통은 넘는 미인
들 이었다. 특히나 지영이란 애에게 난 조금씩 끌리고 있는것 같았다.
라면을 먹는 동안 자꾸 눈이 가는걸로 봐선 말이다...
간에 기별도 안간 라면냄비를 비워가며 우린 밥을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방에 있는 수도 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밖에 있는 눈을 냄비가득
퍼와서 녹이고 있던 내게 현규가 조용히 다가왔다.
" 야야.. 이거 꼬였다 싶더니 제대로 풀린다. 그치? "
" 왜, 또 껀수 생기니깐 좋냐? "
" 당연하지, 넌 안좋냐? 이런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일도 아니고.. "
" 뭐, 나쁘진 않다만.. 난 너처럼 보자마자 바로 작업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가 안되어 있어서.. "
" 그러냐? 그럼 넌 지켜 보기나 해라.. 이 형님의 실력을.. "
" 야.. "
" 왜 "
" 아니다.. "
" 싱거운놈... "
사실 현규란 놈은 시원시원한 성격에 뒤끝도 없고 다 좋지만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게 탈이었다. 키도 크고 잘 생겨서 따르는 애들도 많긴 했지만
녀석의 작업질도 한몫하고 있는건 분명했다.
게다가 평소 현규의 취향으로 보아 내가 맘에 들어하고 있는 지영이에게
수작을 걸게 분명했다. 막아보곤 싶었지만 내 성격상... 그냥 그렇게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밥도 할 줄 아세요? "
어느새 내 옆에 지혜란 애가 다가와 앉아 있었다.
" 아..네.. 가끔 해봐서.. "
" 어머, 말 놓으세요. 오빠신데 "
" 그..그래.. 그러지 뭐.. "
난 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어느덧 녹아서 물이 되어가고 있는
냄비속 눈을 바라보며 어렵게 대답했다.
지혜의 화장품 냄새가 향기롭게 콧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 오빤 현규 오빠랑 많이 다르네요, 어떻게 친구가 됬나 몰라~ "
" 뭐, 서로 달라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으니깐... "
" 오빤 말투도 특이해요, 꼭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들 말투 같아요.
왜 있잖아요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나오는 조용한 성격의
주인공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남던데. 헤헤.."
지혜는 정말 밝은 애 같았다. 겉으로 꾸며내는것 없이 바닥부터 밝은..
그런 느낌 이었다.
" 그런 소설 좋아하나보네.. "
" 네, 정말정말 좋아해요, 초딩때 맨 처음 썼던 독후감이 코난 도일꺼
홈즈 걸작선 이었으니까요."
" 홈즈 걸작선.. 그거 정말 재밌지.. 난 지금도 가끔 읽어.. "
" 그래요? 와, 동지 만났네~ 헤헤 요즘은 책읽는 사람 만나는것도
힘들던데~ 전 그중에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가장 좋아해요.
옛날 소설이라 좀 촌스럽긴 해도, 그 이야긴 왠지 요즘 공포소설의
분위기도 나구.."
" 긴 편이기도 하지.. "
" 핫, 맞아요. 홈즈 걸작선중엔 긴편이죠. 그러고 보니 그렇네~
오빤 정말 특이해요 "
난 어느새 지혜와의 대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에겐 부족한 밝음..이란 느낌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을까..
그러는 사이 눈보라탓에 낮부터 어둡긴 했지만
어느덧 산장 안 여기저기 놓여 있는 촛대에 꽃힌 초에 불을 켜지 않고선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어둠이 산장을 덮어오기 시작하고 있
었다
심한 눈보라 속에서 반은 날아가 버리고 반만 남은 현규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빠르게 내 귀를 스쳐간다.
" 맞어, 아까 이쪽으로 왔었잖아!! "
나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현규의 물음에 답을 했다.
입을 잠깐 열었을 뿐이데도 차가운 눈송이들이 바늘처럼 입천장에 날아와
박힌다.
화창하던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
한건 불과 두시간 전부터 였다. 하지만 지금의 산은 두시간전의 평화롭던
그 산이 아니었다. 산은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고 처음 와본 산인지라
우린 금새 길을 잃어 버린터였다.
나와 현규는 좀 전 까지의 기억을 짜내어 오던길을 되돌아 가고 있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아래만 보고 힘겹게 걷고 있던 내 귀에
다시 현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야!! 저길 봐!! 집이야!! "
집이라구..?
나는 설마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현규를 봤고 곧이어 현규의 두툼한 장갑
낀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정말로 집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장 처럼 생긴 오두막 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그 산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좀전까지만 해도 산에서 얼어죽는게 아닐까..하는 약간의 공포감마져
들던 나였지만 그 산장을 보자마자 다시 힘이 나는것 같았다.
산장에 가까워 갈수록 이상하게도 눈보라가 더욱 거세어져 갔다.
그 산이... 그 눈보라가... 우릴 그 산장으로 향하게 한걸 깨달았더라면..
그때의 우린 그 산장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와서 하는 후회일 뿐이다...
산장에 들어서자 귀를 가득 매웠던 눈보라의 울부짖음이 순식간에 사라졌
다. 그래서인지 산장 내의 적막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 아무도 없나봐.. "
말을 하기위해 입을 열자 하얀김이 담배 연기처럼 퍼져 나갔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산장안의 공기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보다
더 차가운듯 했다.
" 아무도 안계세요!! 저기요!! "
현규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한동안 빈 공간을 울리다 사그라 들었다.
" 정말 아무도 없나보네.. "
현규녀석은 무슨일을 하든 늘 앞장서고 늘 먼저 확인하는 스타일 이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그런 현규와 함께 있는게 다른 어느 누구와 함께 있을
때보다 든든하고 편했다. 반면 현규는 무슨일이든 관찰하고 먼저 생각하는
내가 자신의 덤벙거리는 약점을 보완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걸 떠나서라도 우린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든지 여자를 좋아하는 관점
이라든지 음식의 기호등등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애들이 산을 싫어하는게 보통인데도 이렇게 이산을 찾은것도 둘 다
겨울산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 일단 우리 몸부터 녹이자.. 얼어 죽는 줄 알았네.. "
현규가 농담처럼 내 뱉은 얼어 죽는 줄 알았다는 말에 나는 어느정도
안도감이 들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정말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에 떨었었기에 농담으로 내뱉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지
영화에서만 보았던 성호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 볼 정도 였다.
산장은 겉에서 보기완 다르게 꽤 넓었다.
일층은 ㄱ자로 꺾여 있었는데 우리가 처음 들어선 곳은 벽난로와 나무
밑둥을 잘라서 만든 테이블과 의자등이 있었고 꺾여 들어간 곳엔 간단히
조리를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방 옆으론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자리 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 2층이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건 불이었
다. 우린 벽난로로 다가가 여기저기를 살폈다.
" 다행이다. 누가 장작을 여기에 쌓아뒀네. 너 라이타 있냐? "
" 응, 잠깐만.. "
나는 내 몸집만한 등산가방을 소리나게 바닥에 내려놓곤 옆주머니를 뒤져
담배갑 안에 몇개피 남은 담배와 함께 담겨 있던 라이타를 꺼내 현규에게
건냈다.
" 훗, 담배피우는 놈도 이럴땐 쓸모가 있네 "
현규는 웃으며 라이타를 받아들곤 벽난로 옆에 쌓인 장작개비중 하나를
집어들어 바로 불을 붙이려고 했다.
" 쯧.. 너란놈은 집지으라고 하면 시멘트도 안바르고
벽돌만 쌓을 놈이야 "
" 뭐라고? "
" 이 형님을 봐라.. "
난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가끔 오목이나 두는 눈금이 그려진 부분을
한웅큼 잡고 찢어냈다.
그리곤 멍하게 서있는 현규에게서 라이타를 뺏어 들곤 쌓여있는 장작들중
가는 녀석들을 몇개 집어들어 벽난로 안에 조심스럽게 쌓았다.
그 아래로 찢어낸 종이 뭉치를 넣고 불을 붙이자 종이부분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불이 장작에 옮겨가며 조금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오호... 군대를 산골짜기로 갔다 오더니 많이 쓸만해 졌는걸~ "
" 시끄러 임마. 이정돈 상식이야.. "
나는 현규에게 핀잔을 주곤 불이 잘 일어날수 있게 부지깽이로 장작들을
살짝 들어 올려줬다.
" 아~ 따뜻하다~ "
장작들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하자 벽난로 주위로 금새 온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굵은 장작들을 몇 개 더 올려 놓은 후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여기 사람이 안온지 꽤 됐나보다.. "
" 그러게.. 거미줄도 보이고.. "
산장안은 골고루 쌓인 눈처럼 얇은 먼지들이 코팅되듯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주위를 자세히 살필만큼 마음이 안정되자 갑자기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 아까 보니깐 주방도 있던데 여기 가스도 있나? "
" 가스렌지 같은건 없던데.. 그냥 벽난로에다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자"
" 너 그 짧은 순간에 그런것도 봤냐. "
" 훗, 덩치만 커다랗고 공익 다녀온 놈은 따라올 수 없는 초감각이지.. "
" 수색대 다녀온게 자랑이냐? "
" 자랑은 아니지만 공익보단 어디가서 말하기 수월하지 "
" 이 색히가.. "
우린 투탁거리며 가방안에서 취사 도구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고 있었다.
갑자기 찢어질듯한 눈보라 소리가 들려온건 그때였다.
" 와, 사람이 있네. 다행이다~ "
우린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봤다.
문앞엔 온통 눈을 뒤집어 쓴 젊은 여자 둘이 서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머뭇거리던 우릴 향해 두 여자중 화장이 진한 여자
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먹을껀 없어요? "
우린 다 익어가는 라면냄비를 올려 둔 벽난로 앞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자신들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 전 최지혜 라고 해요. ○○대학 2학년 이구요. 옆에 있는 이 친구는..
야, 니 소개는 니가 해봐 "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하고 있던 긴 생머리의 여자가 쑥스러운듯 입을
열었다.
" 전 이지영 이라고 해요.. 지혜랑 같은과 구요.. "
" 아 예, 전 김현규라고 합니다. △△대학 93학번이구요. 군대 다녀와서
3학년 복학 중입니다. 이 친구는 장동준 이라구 저랑 같은 과면서도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에요. "
내 소개를 하기위해 입을 열려던 난 현규녀석이 내 소개까지 해버리는
바람에 무안하게 입을 닫고 끓고 있는 라면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 와,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예비역 오빠들 이셨네~
그럼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
" 하핫~ 그럼요~ 하하하 "
신났군..신났어..
현규녀석은 입을 닫을지 모르고 계속해서 헤헤 거리고 있었다.
막 발동이 걸린 현규녀석이 한창 자기 자랑에 들어가려던 찰나 나는 라면
냄비를 바닥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현규의 입을 막았다.
" 라면 다 익었네요. "
라면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네명 모두가 눈보라속에서 고생을 한 탓
에 라면 여섯개론 양에 차질 않아 보였다.
라면을 먹을때 곁눈질로 살짝씩 보니 세련된 화장에 활기찬 지혜란 애도
긴머리에 어울리는 조용한 모습의 지영이란 애도 둘다 보통은 넘는 미인
들 이었다. 특히나 지영이란 애에게 난 조금씩 끌리고 있는것 같았다.
라면을 먹는 동안 자꾸 눈이 가는걸로 봐선 말이다...
간에 기별도 안간 라면냄비를 비워가며 우린 밥을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방에 있는 수도 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밖에 있는 눈을 냄비가득
퍼와서 녹이고 있던 내게 현규가 조용히 다가왔다.
" 야야.. 이거 꼬였다 싶더니 제대로 풀린다. 그치? "
" 왜, 또 껀수 생기니깐 좋냐? "
" 당연하지, 넌 안좋냐? 이런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일도 아니고.. "
" 뭐, 나쁘진 않다만.. 난 너처럼 보자마자 바로 작업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구비가 안되어 있어서.. "
" 그러냐? 그럼 넌 지켜 보기나 해라.. 이 형님의 실력을.. "
" 야.. "
" 왜 "
" 아니다.. "
" 싱거운놈... "
사실 현규란 놈은 시원시원한 성격에 뒤끝도 없고 다 좋지만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게 탈이었다. 키도 크고 잘 생겨서 따르는 애들도 많긴 했지만
녀석의 작업질도 한몫하고 있는건 분명했다.
게다가 평소 현규의 취향으로 보아 내가 맘에 들어하고 있는 지영이에게
수작을 걸게 분명했다. 막아보곤 싶었지만 내 성격상... 그냥 그렇게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밥도 할 줄 아세요? "
어느새 내 옆에 지혜란 애가 다가와 앉아 있었다.
" 아..네.. 가끔 해봐서.. "
" 어머, 말 놓으세요. 오빠신데 "
" 그..그래.. 그러지 뭐.. "
난 쑥스러움에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어느덧 녹아서 물이 되어가고 있는
냄비속 눈을 바라보며 어렵게 대답했다.
지혜의 화장품 냄새가 향기롭게 콧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 오빤 현규 오빠랑 많이 다르네요, 어떻게 친구가 됬나 몰라~ "
" 뭐, 서로 달라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으니깐... "
" 오빤 말투도 특이해요, 꼭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들 말투 같아요.
왜 있잖아요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나오는 조용한 성격의
주인공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남던데. 헤헤.."
지혜는 정말 밝은 애 같았다. 겉으로 꾸며내는것 없이 바닥부터 밝은..
그런 느낌 이었다.
" 그런 소설 좋아하나보네.. "
" 네, 정말정말 좋아해요, 초딩때 맨 처음 썼던 독후감이 코난 도일꺼
홈즈 걸작선 이었으니까요."
" 홈즈 걸작선.. 그거 정말 재밌지.. 난 지금도 가끔 읽어.. "
" 그래요? 와, 동지 만났네~ 헤헤 요즘은 책읽는 사람 만나는것도
힘들던데~ 전 그중에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가장 좋아해요.
옛날 소설이라 좀 촌스럽긴 해도, 그 이야긴 왠지 요즘 공포소설의
분위기도 나구.."
" 긴 편이기도 하지.. "
" 핫, 맞아요. 홈즈 걸작선중엔 긴편이죠. 그러고 보니 그렇네~
오빤 정말 특이해요 "
난 어느새 지혜와의 대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에겐 부족한 밝음..이란 느낌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을까..
그러는 사이 눈보라탓에 낮부터 어둡긴 했지만
어느덧 산장 안 여기저기 놓여 있는 촛대에 꽃힌 초에 불을 켜지 않고선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어둠이 산장을 덮어오기 시작하고 있
었다
댓글을 작성하시려면 로그인을 하여주세요 :)
방랑자
2006.08.13 20:03:27
쏠로잉~~
2006.08.14 08:08:12
김학현
2006.08.14 13: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