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즐거움 Tooli의 고전게임 - 툴리의 고전게임
회원가입로그인사이트 소개즐겨찾기 추가
  • SNS로그인
  • 일반로그인

수다방

전체 글 보기공지사항자주묻는질문요청&질문자유게시판가입인사게임팁&공략내가쓴리뷰매뉴얼업로드게임동영상지식&노하우삶을바꾸는글감동글모음공포글모음명언모음회원사진첩접속자현황회원활동순위Tooli토론방추천사이트출석체크방명록


클릭하여 쿠팡 방문하고 50 툴리 포인트 받기
2시간에 1회씩 획득 가능

글 수 325

얘야,착한게 잘못은 아니란다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06.02.06 14:43:34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육이오 전쟁이 났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집 지키고 있어."

하시고는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셨다.




그 당시 내 여동생은 다섯 살이었고 남동생은 젖먹이였다.

인민군 치하에서 한 달이 넘게 고생하며 살아도 국군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서 아버지를 따라 남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우리 삼 형제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남쪽으로 향해 길을 떠났다.




일주일 걸려 겨우 걸어서 닿은 곳이 평택 옆 어느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인심이 사나워서 헛간에도 재워주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집 흙담 옆 골목길에 가마니 두 장을 주워 펴놓고 잤다.

어머니는 밤이면 가마니 위에 누운 우리들 얼굴에 이슬이 내릴까봐 보자기로 씌워 주셨다.

먹을 것이 없었던 우리는 개천에 가서 작은 새우를 잡아 담장에 넝쿨을 뻗은

호박잎을 따서 죽처럼 끓여서 먹었다.




삼일째 되는 날 담장 안집 여주인이 나와서 우리가 호박잎을 너무 따서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고 다른데 가서 자라고 하였다.

그날 밤 어머니는 우리를 껴안고 슬피 우시더니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기다리자고 하셨다.




다음날 새벽 어머니는 우리들이 신주처럼 소중하게 아끼던

재봉틀을 들고 나가서 쌀로 바꾸어 오셨다.

쌀자루에는 끈을 매어서 나에게 지우시고,

어머니는 어린 동생과 보따리를 들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평택에서 수원으로 오는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서른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내 곁에 붙으면서

"무겁지. 내가 좀 져 줄게."

하였다.




나는 고마워서

"아저씨, 감사해요."

하고 쌀자루를 맡겼다.




쌀자루를 짊어진 청년의 발길이 빨랐다.

뒤에 따라 오는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으나 외길이라서 그냥 그를 따라갔다.

한참을 가다가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나는 어머니를 놓칠까봐

"아저씨, 여기 내려주세요. 어머니를 기다려야 해요."

하였다.




그러나 청년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냥 따라와."

하고는 가 버렸다.

나는 갈라지는 길목에 서서 망설였다.




청년을 따라 가면 어머니를 잃을 것 같고 그냥 앉아 있으면 쌀을 잃을 것 같았다.

당황해서 큰소리로 몇 번이나

"아저씨!"

하고 불렀지만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어머니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즈음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오셨다.

길가에 울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첫마디가

"쌀자루는 어디 갔니?"

하고 물으셨다.




나는 청년이 져 준다면서 쌀자루를 지고 저 길로 갔는데,

어머니를 놓칠까봐 그냥 앉아 있었다고 했다.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밤 우리는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농가 마루에서 자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디에 가셔서 세끼손가락 만한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시면서 우셨다.




그 위기에 생명줄 같았던 쌀을 바보같이 다 잃고 누워 있는 나를

영리하고 똑똑한 아들이라고 칭찬해 주시다니.




그 후 어머니에게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욕망이그 토양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는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바보처럼 보이는 나를 똑똑한 아이로 인정해 주시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 1
  • 레벨은 언제 올라가요? [7]
  • 2006-01-31 20:56
  • 2
  • 시간 명언 15개 [2]
  • 2006-02-03 19:11
  • 3
  • 사랑명언 10개
  • 2006-02-02 16:43
  • 7
  • 사이트가 바꼈네요
  • 2006-02-16 16:33
  • 8
  • 그건 그럼
  • 2006-02-07 22:21
  • 9
  • 돈침대 좋겠다.
  • 2006-02-01 09:27
  • 이 게시물에는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감동적인글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올리는 곳입니다. [2] 툴리 2006.02.01 18929
    325 어떤 블로거가 자살 전 쓴 글들 file [2] 엠에이 2015.11.18 722
    324 7년9개월 file [1] 엠에이 2015.10.21 447
    323 생일선물 받고 울어버린 여중생 file 엠에이 2015.09.28 680
    322 기무라 타쿠야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들 file 엠에이 2015.07.25 442
    321 2007년 5.18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file 엠에이 2015.07.23 435
    320 죽어가던 물고기 한마리 file 엠에이 2015.07.15 426
    319 결혼식에서 장인이 사위에게 해준 말 file 엠에이 2015.07.13 849
    318 결혼 전 커플들이 해볼만한 것 file 엠에이 2015.06.29 521
    317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프러포즈 file 엠에이 2015.06.22 425
    316 장애를 지닌 인형 file [1] 엠에이 2015.05.28 377
    315 불과 물의 사랑 이야기 file [1] 태풍vs허리케인 2015.04.22 506
    314 먹지 않고 배부른 법 file 엠에이 2015.04.14 425
    313 10년 만에 게임 속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file 엠에이 2015.04.08 436
    312 어른들은 힘들 때 누구한테 의지하나요? file 엠에이 2015.04.08 423
    311 어느 세탁소의 사과문 file 엠에이 2015.04.05 461
    310 어느 커피숍 화장실에서 울컥 file 엠에이 2014.12.29 544
    309 친구 라는건...(Real Story) Gray 2014.12.28 637
    308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값진 시계 file 엠에이 2014.12.18 481
    307 VIP 메뉴판 file [1] 엠에이 2014.12.03 511
    306 사과 좀 깎아 주세요 file 엠에이 2014.11.30 518
    사이트소개광고문의제휴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사이트맵

    익명 커뮤니티 원팡 - www.one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