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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연상의 그녀를 기억하며

조회 수 974 추천 수 0 2006.02.25 12:52:09


" Symbian씨.. 여긴 정동진 역이야...

바닷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

정말 멋진곳이야...

후후... "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건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였습니다.



" Symbian씨...

오랫동안 네게 감춰둔 비밀이 하나 있어..

술 힘을 빌려 이렇게 말하는 날.. 용서해줘.

나, Symbian씨에게 한마디만 하고 싶어..

이말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연락하지 못할거 같아.. "

나.. 있지..

Symbian씨를 아마 잊지 못할거야...

사랑해...



4년전.

이 수줍은 고백을 끝으로 그녀와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너무도 갑자기 다가온 그녀였기에, 전 감정을 추스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렸겠죠.



늘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또 미소 지어주고.

전 그녀와 얘길 하면서도 그녀의 답변에 좋아한다는..

그 간단한 말한마디 해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망설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철저히 감정을 포장하고 감추었습니다.



후후..

그렇게 대하는 제 마음이 그녀에겐 차갑게 느껴졌을까요...?

그녀는 제게 이별을 고하지도 않은채, 말없이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

....

..

.



4년전 이맘때 겨울의 기억입니다.

친구의 소개팅으로 우연히 만난 그녀,

제게 그녀는 친구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게 일방적인 사랑을 줬습니다.

제가 조금은 부담을 느낄 정도의..



하지만 예전의 그녀와 헤어진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질 않았기에..

새로운 만남은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오질 않았습니다.

마음을 열수 있는 빈공간이 적었었죠.

전 미리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 얼마전 사겼던 여자가 있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다시 시작할 마음의 공간이 없다... '



라고 제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걸 이해해줬죠.

이미 들어갈곳 없는 빈자리.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며 쓴 웃음 짓던 그녀.

그녀는 나에 모든걸 포용하려 했습니다.



내 아픔을 이해하고..

내 상처를 치유하고..

내 사랑을 시작하게 한..

가녀린 그녀..



사랑의 힘이였던가요...?

그녀의 정성으로 저에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갔습니다.

그리고 먼저번 사랑에 대한 감정도 조금씩 희미해져갔어요.

하지만 완전한건 아니였습니다. 조금씩이란 명제가 붙었을뿐.



그녀는...

모대학 식영과(식품영양학과) 2학년이였습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좋질 않아, 조그만 회사에 다니고 있다 했죠.

저와 같은 토끼띠라며, 친구할수 있어 좋겠다며 크게 웃던 그녀.



'우리.. 말 놓을래..?'



라며 수줍게 물어보던 그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제게 존댓말을 했습니다.

그럴때면 제가 그녀보다, 오빠같은 착각을 일으킨적도 있었습니다.

저에 질긴 강요끝에 말을 놓았지만, '씨'라는 호칭은 떼질 않았습니다.

같은 나이에 '씨'라니...?



후후..



그녀와 자주는 아니지만, 얼굴을 잊어버릴정도로 뜸하게 만나진 않았죠.

그리고 그녀는 제게 항상 핸드폰으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락처는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로 얼버무리기 일쑤였죠.



그녀는...

항상 11시에 제게 전활 했습니다.

전 그시간만 되면 통신 접속을 종료하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그녀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날,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조금씩 그녀를 제 가슴속에, 쌓아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녀의 연락처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끝끝내 연락처를 알려주질 않더군요.



전 내심 포기해버렸죠.

뭐, 그녀가 항상 11시에 전활 했었으니까..



그녀는 전활 하는도중에 쓰러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전화기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제 가슴을 철렁 내려앉았어요.

툭~ 떨어지는 그 소리는, 얘기의 종료를 알림과 동시에.

그녀와 저와의 거릴 조금씩 벌려 놓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와 통화를 오래 하려 애썼습니다.

조금이라도 제 목소리를 더 듣고싶어 하는, 그 모습이 역력히 들어났죠.

그런날.

그녀는 일상이 힘들다고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직장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겪는 어려움.

성차별.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성희롱.

그리고 가난했던 어린시절 이야기.



제가 본 그녀는 무척이나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상처가 있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강해 지려고 무척이나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 그때 나약했기 때문에 그런 그녀를 부담스러워 했고,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으며,

늘 그녀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었어요.



그녀는 자주 울었죠.

힘들다는 푸념.

그리고 내가 차갑게 보이는지



-사실 내가 생각해도 차갑게 대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자기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내가 그녀 자신을생각해 주지 않는다며

섭섭해 하는 말투로 말하며 울곤했어요.



저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제 마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잃은 사랑 또한, 저에 일방적인 사랑이 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수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절 기다려 주는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아니 가끔은 그녀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도 했고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에 내면의 상처는 너무나도 컸기에 아물지를 않았고,

그 응어리가 그녀에 대한 호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서, 절 무척이나 차가운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내오던 어느날인가..

아주 우연히 그녀의 오빠라는 사람과 연락이 되었고,

그는 저에게 할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전 그녀가 너무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만 하기에..

그것을 탓하려 제게 연락을 한줄만 알았습니다.

먼저 이런말을 꺼내더군요.



" H.Y는 75년생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식영과 학생도 아니고요.

24살의 고졸 학력을 가진 직장여성 이랍니다."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했고 놀라움도 있었죠.

늘 애교섞인 어린 듯한 목소리.

창백할 정도의 하이얀 얼굴, 인형같은 모습..

저보다 4살이나 많다고 생각조차 할수 없었던 그녀..





어딘가 모르게 대학 생활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싶었지만,

늘 티 없이 맑은 순수함과 꾸밈없는 웃음으로 전형적인 여대생 타입.

그래요. 그런 가식적인 배경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전 그냥 그녀가 저와 가까와지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했나하고 생각했고

그냥 솔직히 말하지 왜 속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만날때, 조금은 따뜻하게 대해주어야지..



' 네가 나와 동갑이 아니고 학생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이런말을 해주어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 H.Y는 상처가 많은 아이에요.

그 아이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죠.

그 남자는 H.Y가 고등학교를 다닐때 만난 연상의 남자랍니다.

H.Y는 그를 무척이나 따랐고, 둘은 겉으로는 어느 연인과 다를게 없는

그런 커플로 보였죠.."



그리고 한참 망설이다가 그는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 그 남자는...

H.Y를 이용했습니다. 자신의 노리개 감으로 말이죠..

성적인 노리개 감으로.

H.Y는 원래 음대를 지망했던 인형같은 소녀였어요.

막내딸이고 집안에서 아주 곱게 자랐죠..





그런데 그를 만나고 대학을 포기하고.

5년동안이나 그의 성적인 노리개로 지냈습니다.

5년동안 그의 강요로 수차례의 낙태를 하고..

그래도 H.Y는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걸 감수하고 그만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후...

그 녀석이 그런데 무슨일을 벌였는지 알아요?

올해 초에 결혼을 해버렸습니다. 다른 여자와 말이죠.

그때서야 비로소 모든걸 집안식구들에게 말하더군요.

하지만 H.Y는 마지막까지도 그가 행복하기를 원했기에..

우리가 그에게 무슨짓을 할지 모른다 생각했는지..

끝내 그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H.Y는 거의 미쳐서 매일 술로 보내다가, 결국은 몇번의 자살시도를 하고

인간적으로 완전히 망가져 갔습니다.

Symbian씨를 만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H.Y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현실이라고 생각할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모든건 현실이고, 전 믿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었죠.

그 뒤로 그녀를 어떻게 볼까..

무슨 낯으로 그녀를 쳐다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녀에게 차갑게 대한 제 자신이 후회 되었습니다.



그까짓 사랑의 아픔따윈 부끄럽게 생각되었어요.



하지만 동정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적인 비애였고 분노였으며, 동시에 그녀에 대한 보호 본능이랄까요?

이제는 그녀가 하라는 대로 모두 할수 있을것 같았고,

그녀에게 내 마음을 모두 주어서라도, 그녀를 감싸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그런건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그녀의 암담한 기억을 지워주고 싶었고,

밝은 현실을 되찾게 해주고만 싶었을 뿐이죠.



하지만..

이후로 그녀에게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녀의 오빠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걸 알아차렸나 봅니다.

한달이 지났을까..



다시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Symbian씨..?

나 미안해.. 그동안 아팠거든. 그래서 회사도 못나가고 연락도 못했어.

내 전화 많이.. 기다렸어..?"



" 응.. 그래.

지금도 많이 아프니..?"



저의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아니.. 나 이제 하나도 안아퍼.

Symbian씨가 나 걱정해주는데 아프면 어떻해.."



다시 예전처럼 거의 매일 통화를 했고,

전 그녀가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휴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것처럼 대해주었고. 매우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했습니다.



몇일동안 다시 연락이 없더군요.

전 걱정과 조바심으로 초조해져 있었고, 그녀의 전화만을 기다렸어요

몇일후 어느 비오는날 밤.

드디어..



" 여보세요..

Symbian씨야?



나 지금 집앞 공중전화라서 오래 통화 못해.

나 노래 듣고 싶어..

노래 불러줄래..? "



전 아무말않고 그녀가 좋아했던 그 노랠.

아주 정성껏 피아노를를 치며 불러 주었습니다.

조용히 숨죽여 듣고 있는 그녀는 울고 있는것 같았어요.

결국은 저도 울먹임을 참지 못해, 노래를 다 부르지 못한채..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 나.. 딱 한마디만 할께..

나 지금 술 무척 많이 먹었다.

요새 너무 힘들고 Symbian씨가 맨날 보고싶어.

그리고 당분간은 연락 못할거 같아..



나... 있지...

Symbian씨가 너무너무 좋아...

그럼.. 안녕... "



울먹이며 그녀가 남긴 '안녕'이라는 말은 정말로 안녕이 되었습니다.

4년전부터 그녀에게는 더이상 전화가 오질 않습니다.

그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그녀에게 가졌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동정일지도 모릅니다.

계속 관계를 이어 갔다면, 서로에게 더욱더 아픔만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한 일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먼저 관계를 청산해준 그녀의 사려 깊음에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그 감정들 많이 잊혀지고,

슬픔의 예리한 칼날은 많이도 무디어져 버렸죠.

하지만 그녀는 24의 직장인이 아닌, 21살의 식영과 학생으로..

인형같은 그 소녀로 제 마음속에 남아 있을겁니다.



코끝 시린 겨울의 밤하늘.

별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어쩌면 별이 되어 있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말을요..



' 더 이상 아파하지 마..

난 네게 결국 힘이 되어 주지 못했지만..

네게 힘이 되어줄 좋은 사람 만났으면 해..

부디 언제까지나 행복하길 바래..

안녕.. '







━━━━━━━━━━━━━━━━━━━━━━━━━━━━━━ End...



반년에 한번쯤은 마음을 같이 하고픈 Symb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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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이텔에서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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