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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힘내라 노란색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2006.03.12 17:44:24


이름은 김민표.



낭만을 꿈꾸는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이다.  



작년 겨울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홀로 상경하여 자취를 하게 되었을때 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긴 생머리의 큰 눈망울을 가진 청순한 여자친구를 꿈꾸었다.  



여자친구가 나의 집에 와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밥도 지어주고 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멜로 비디오를 함께 보는 그런 꿈을...  



그런데....



" 야...김민표!"



" 응? "



" 배고파 죽겠어! 빨리 밥 내놔!"



" 응...좀만 기다려. 얼른 해서 갖다줄께."



" 에이...빨리빨리 안해오고 뭐하는거야!? 내가 이러니 꼬챙이가 돼가지!"



어디선가 '삐삐부인 진동하네'라는 비디오를 빌려와 내 방에서 뒹굴며 보던 그녀가 외치자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찌게를 서둘러 끓이기 시작했다.



얼른 밥상을 차려 내 방으로 들고가니 그녀는 마침 야한 장면을 replay해서 보고 있다가 굶주린 야수처럼



달려왔다.



" 아...배고파 죽는줄 알았네! 담부턴 얼른얼른 좀 갖다줘..응?   



음...찌게가 맛있군...아...바로 이 맛이야~ "



미친듯이 밥을 먹고나자 그녀가 갑자기 나를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도 남자라 그런지 가슴이 설레인다.



" 민표야...(졸라 다정스럽게)"



" 응? (두근두근)"



" 나 왠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 ....-_-;;"



그럼 그렇지...제기랄~



" 민표야...자..돈 줄께...사와!"



그녀가 돈을 내민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백원이다.



갑자기 내 신세가 한탄스러워 콧날이 시큰거린다.



없이 돌아서는 내 등뒤로 그녀의 한마디가 날아든다.



" 그리고 참...디스도 한갑 사와!"



아...사나이 김민표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T_T



그녀의 이름은 임지아.



내가 그녀를 처은 만난건 통신 동호회의 오프모임에서였다.



이름처럼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가 꿈꾸던 이상형 그대로였다.



그녀의 긴 생머리를 드리우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멀뚱히 바라보던 그 모습에 홀딱 반해버린 나는



얼마후에 그녀에게 대쉬를 했고 뜻밖에도그녀는 나의 대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런 여자가 나의 여자친구가 되다니..



그때 나는 하늘을 날듯이 기뻐했었다.



하지만..남자들이여~ 여자의 겉모습에 속지 말자!



나의 집 열쇠를 복사하여 그녀에게 건내주던 날...



그녀의 눈빛에서 번뜩이는 그 사악함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나는 그녀에게 열쇠를 준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가...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깨끗히 치워놓고 간 집안이 난장판이었다.



온통 과자 부스러기에 빈 캔들이 굴러다니고



...앗...저쪽에는 양말이?



그녀는 내 방 한가운데 턱하니 누워 입을 헤 벌리고 자고있었다.



말이 안나왔다.



멍하니 서서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먼가를 웅얼웅얼 거리더니 손이 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바지속으로 들어가더니...북북 긁는 것이 아닌가!!!!



아...저 여자...내가 사랑하는 여자 맞아?? -_-;;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갑자기 닭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치킨집에 들어가 후라이드 치킨을 한마리 샀다.



TV를 보며 닭고기를 먹을 생각을 하니 가슴 깊숙히 환희가 밀려왔다.



집앞에 도착하여 열쇠를 꽂으며 나는 엄습해오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설마....설마....설마....!



역시 지아가 있었다.



내 책상앞에 앉아 먼가를 열심히 하면서...



왠일인지 오늘은 어지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 모습은....



설마 지아가 공부를 하고있는 것일까?



정말 저 녀석이 기특해보인다.



닭을 사오길 잘했지.



지아와 함께 나눠먹고 열심히 공부해야지!



" 지아야~"



" 어...민표 왔어?"



" 뭐해? 공부하고 있어?"



" 민표야...이거봐...내가 그렸어! 잘 그렸지?"



그녀가 싱글벙글 웃으며 뭔가를 치켜든다.



하얀 종이위에 짱구 그림이 가득 그려져있었다.



" 이거봐...이건 엉덩이 외계인 춤 추는 모습이고...   



이건 시체놀이 하는 모습이고...이건 짱구가 흥분한 모습이야...   



잘 그렸지? 똑같지?"



그럼 그렇지...쟤가 공부를 할리가 없지.



응? 근데 먼가 좀 이상하다...



저 종이....짱구 그림이 그러져있는 저 종이..어디선가 많이 본듯한..저건..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저건 내일 낼 리포트잖아!!!!!!!!!!"



나는 경악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밤을 새워서 20여장을쓴...저 리포트를..  



하드에 저장도 안해놨는데...저 리포트를....으아아아아아아아악~~~~~



지아가 혼자 미쳐 날뛰는 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



지깐에는 미안했는지 아무말 못한다.



그래...지아도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그래...까짓거 다시 쓰면 되지...뭐...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지아한테 화내지 말자.



지아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 야...닭 사왔으면 빨리 먹자...배고파. (리포트에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음)"



그녀는 악마다. -_-;;



그녀와 같이 닭을 먹기 시작했다.



열심히 뜯는 그녀의 모습에서 카리스마가 넘친다.



큼직한 닭다리에 가던 나의 손이 그녀의 카리스마에 눌려 옆에 있던 무 쪼가리를 집어들었다.



여전히 열심히 먹어대며 그녀가 말했다.



" 민표야..."



" 응?"



" 빨래감 가져왔다. 좀 빨아놔라!"



" 으응....-_-;;"



실컷 먹고 배가 부른지 고개를 치켜든 그녀의 입가에는 기름기가 번득였다.



그녀는 여전히 무쪼가리를 힘없이 씹고 있는 나를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덮쳤다.



으아아아악~



방금 닭고기를 먹어놓고 키스를 하다니...



미끌미끌하잖아...으



....이러지마...안돼....안돼...안돼....돼...돼...돼....-_-;;



그녀의 머리에서 나는 향긋한 샴푸 냄새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아..나는 어쩌면 이 향기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향기를 더 맡으려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열심히 키스를 퍼붓던 그녀가 입술을 떼고 말했다.



" 야...내 머리 냄새 졸라 좋지? 이게 바로 비달사순 냄새야!   



내가 원래 한 머리결 하지...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냐?   



과하하하~~ "



지아는 꼭 이런식으로 분위기를 깨야할까?



하지만...정말..



나는 그녀의 향긋한 긴머리와 부드러운 입술이 너무 좋다.....



그녀와 사귄지 1년이 조금 넘은 초여름 어느날이었다.



오랜만에 우리는 신촌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맨날 집에서 뒹굴며 쳐먹기만 하던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밖에서 보니 왠지 색다르다.



마치 처음 사귈때처럼 기분이 설레였다



열심히 걷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저 동그란 눈...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색해진 나는 얼른 이야기를 꺼냈다.



" 어...있잖아...내가 너 손금 봐줄까?"



" 손금? 너가 그런것도 볼 줄 알아?"



" 그럼...내가 어제 우리 과 여자애 손금 봐줬는데..   



걔가 너무 정확하다고 신기해 죽을려고 그러더라..."



" 뭐? 여자애 손금을 봐줬다구????"



갑자기 그녀가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찔끔...



" 그럼...그 여자애 손을 잡았단 말이야???"



" 아...아니...그게 아니라..."



" 됐어! 변명같은건 집어치워!"



그녀는 혼자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바보같은 김민표! 뭐하러 이얘긴 꺼내 갖구...



하지만 그녀가 겨우 그런 일로 저렇게 질투를 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그녀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그녀의 살벌한 모습에 쫄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녀가 백화점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백화점엔 사람이 많아서 잘못하면 놓칠텐데...



나는 눈을 치뜨고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따라붙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나 역시 그녀의 뒤에 멈춰서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갑자기 실~ 뒤를 돌아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야...이 옷 예쁘지 않냐?"



" .....-_-;;"



" 음...이 옷 정말 이쁜걸...음음...."



" 저...이 옷 갖고 싶어?"



" 응응!



(그때 그녀는 *_* 이런 눈빛이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초롱초롱한 눈빛..



짱구는 못말려에 자주 나오는 눈빛이다. 당하면무섭다.-_-;;) "



" 저....근데...지금 돈이 없는데?"



" 현금카드 있잖아...."



" ......"



제기랄~~ 또 당했다! T_T



눈물을 머금고 현금출납기로 갔다.



카드를 집어넣자마자 갑자기 그녀가 나의 비밀번호를 띠디디디~



눌러버리더니 10만원을 친다.



돈이 촤르륵 나왔다.



잔고를 보니 780원 남았다.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씨익 웃는다.



어흑...내가 어쩌다 이런 불여시한테 코가 꿰어서!!!!



영장이 나왔다.



8월이 입대였다.



내가 제대를 하고 나올쯤이면 지아는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겠지?



나는 겨우 3학년으로 복학할텐데..



그애는 직장을 다니며 좋은 남자 만나 사랑하고 그러겠지?



후우.....이래서 동갑은 안되나보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그녀가 다른 놈한테 갈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난 왜 지아보다 몇년 먼저 태어나질 못했을까...제길~



예전에 본 책이 생각났다.



한 남자가 감옥에 가면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기다린다면 자신이 돌아오는날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



놓으라고 했다.



그 남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돌아왔는데 마을 어귀에 있는 나무에는 노란 손수건 수십장이 달려



있었다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자꾸만 맴돌았다.



만화책을 보며 키들키들 거리는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 지아야..."



" 응?"



" 있잖아...부탁이 있어."



" 뭔데?"



" 만일에...나 제대할때까지 기다려 준다면...



내가 돌아오는 날 우리 동네 입구의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줘.



내가 멀리서도 볼수 있도록..."



" 민표야..."



" 응?"



" 난 나무에 못 올라가...."



" ....."  



얘한테 내가 뭘 바래! T_T



남자가 입대할때 여자가 눈물을 흘리면 그녀는 반드시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고 하던데 내가 입대하는



날 지아는 펑펑 울었다.



낯설고 힘든 군대생활도 차츰차츰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주 편지도 보내고 면회도 오던 지아가 점점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못본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면회를 오는 다른 친구들에게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언제나 청바지에 티를입고 긴 생머리 풀풀 날리던 그녀가 짧게 컷트를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창공을



날으는 스튜어디스가 되었다고한다.



많이 세련되지고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한다.



제법 직장인 티가 난다나...



그래....바빠서 못 오는 걸꺼야...바빠서 편지도 자주 못쓰는거구...



그럴거야...지아도 이젠 바쁘니까...



사회인이니까...그런걸거야.



젠장...왜 눈물이 나는거야.



에이...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잖아.



김민표...



이번엔 좀 여자다운 여자를 꼬셔보는거야.



여자답구 밥도 잘하고 빨래도 잘하고 성격도 온순한 이쁜 후배 하나 꼬시면 되는거지..뭐~



그래도...그...불여우가 많이 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그...향긋한 머리 냄새가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그...부드러운 입술에 입맞추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마침내 2년 2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제대를 했다.



입대할때는 정말로 긴 시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대하고나니 2년 2개월이 한 순간같이 느껴졌다.



2년동안 전세를 주었던 나의 집은 비워놨다고 엄마에게 연락을 받은터라 집으로 향했다.



부득이 오시겠다는 엄마를 만류한건 나 혼자 그 동네에 가고 싶어서였다.



혹시나...혹시나...



나무에 노란 손수건이 달려있지 않을까해서....



마침내 동네 입구에 들어서고 나는 고개를 들어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역시...아무것도 없었다.



훗훗...당연한건데...



기대한 내가 바보지.



열쇠를 꽂고 돌렸다.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얼마만에 오는 나의 집인가...



집에 들어서 불을 켜는 순간...



나는 우뚝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집이 온통 노란색이었다.



벽이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여기저기에 노란색 팬티 수십장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쇼파에 앉아있던 사람이 천천히 일어났다.



짧게 자른 머리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 정말 숙녀티가 난다.



하지만 사악함과 장난기가 가득한 그 동그란 눈은 내가 사랑했던 2년전 지아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아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 민표야...나...노란색 페인트랑 노란색 팬티 사느라고 거지됐어."



" 와하하하하~~~~ 사랑해!!!!!"



그리고 몇년 후...우리는 결혼을 했다.



여전히 나는 밥과 빨래와 청소 설겆이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한다.



가끔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설겆이를 하는 나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며 레모나를 하나 내밀고 이렇게



말한다.



" 힘내라...노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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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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