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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내 삶에 빛이 되어준 이웃

조회 수 1717 추천 수 0 2006.03.16 07:14:19


이 년 전, 나는 남대문 시장에 있는 한 액세서리점에서 일년 넘게 점원으로 일했다. 새벽부터 힘들게 일하면서도 고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건 사랑 많은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 덕분이었다. 첫인상이 썩 좋은 주인 아주머니를 뵈었을 때 나는 '저분의 남편은 얼마나 멋진 분일까' 하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분의 남편을 뵌 순간 너무 놀라서 하루 종일 멍해 있었다. 키가 유난히 작은 '난쟁이' 였기 때문이다. 의아해 하는 나에게 아주머니께서는 겉모습 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깨우쳐 주시며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여덟 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분은 고향인 강릉에서 이웃으로 지내던 사이였다. 아저씨는 유난히 영특하셨지만 외모 때문에 더 이상 꿈을 펼 수 없게 되자 비관하여 자살을 기도하셨다. 아주머니는 그런 아저씨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두 분은 집을 나와서 결혼식도 못 올리고 신혼살림을 시작하셨단다.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보니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랑의 결실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분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 우려하던 일들이 일어나 아이는 두 번씩이나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커서는 말을 많이 더듬어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도 힘들었다. 그러나 사랑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에 이르렀다며 평온한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제 열아홉 살인 그 아이는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긴, 누가 보아도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지금 제빵학교에 다니며 빵 굽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그 아들은 두 분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아저씨 또한 어렵게 운전면허를 따서 아주머니 일을 돕고 계신다. 아직 집도 없는 두 분은 어려운 이웃을 보고 모른 척하며 지나지 않는 그야말로 사랑으로 하나 된 분들이다.



결혼한 지 몇십 년이 흐른 지금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변함 없는 그분들의 삶은 내 가슴속에서 항상 빛이 되어 주고 있다.


  


  


조회수 : 11876


글쓴이 :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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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항 : 최수진 님/서울시 성동구 용답동('좋은생각'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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