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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어느 소년의 사랑 이야기

조회 수 1730 추천 수 0 2006.04.02 16:23:58


소년의 사랑하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 둘은 함께 붙어 다녔습니다. 밥을 먹을때도 공부를 할때도, 언제나 그들은 함께였습니다. 같이 여행도 가고, 놀이 공원에도 갔으며, 밤길을걷고 즐거움을 나눴습니다. 소년은 그녀를 보살펴주고 그녀는소년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소년의 모든것이고 전부였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기심을 샀으며 그 웃는 두 쌍의표정은 일년 삼백육십오일동안 변치 않았습니다. 밤이되면 전화를 통해 잘자라는 인사를 했으며, 아침에는 서로를 깨워주고 약속을 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그렇게 순수한 둘의 관계는 영원할것 처럼 보였습니다. 단 한방울의 앙금도 없이 둘은 서로를 위했고 사랑했으며 아꼈습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두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느낄 정도로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런 소년와 그녀의 사이에는 누구도 들어갈수 없었습니다. 세상 어떤 무언 것도 둘사이를 방해 하지 못했고, 이 세계 어떤 사람도 둘사이를 갈라 놓지는 못했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터 놓고 이야기 하며, 서로를 충고하고 위로했습니다. 둘 사이에 비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존재하지 못했습니다.
소년은 행복했습니다. 자신의 곁에 그녀가 있다는 것이, 윤기흐르는 긴 생머리에 검은 눈동자, 고운 살색 피부와 작은 얼굴의 그녀를 소년은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소년의 전부이자 모든 것 이었고 소년의 생존의 이유이자 삶의 즐거움 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고통도 참아내고 매서운 시련도 이겨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위해선 어떤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온 세상이 평화롭고 활기차게 보였으며, 모두 자신 소년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순수한 사랑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쓸쓸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소년은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고 감싸 주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소년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곤 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소년은 너무나 사랑스럽게느껴졌습니다.
이젠 어떤 그 무엇도 소년의 그녀를 대신할수는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갈때도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둘은 서로를 생각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소년은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준 그녀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 그녀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싸늘한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여느 때 처럼 소년은 벤치에 앉아 그녀와 얘기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그녀는 웃지않았습니다. 재미있는 농담해도, 우수운 개그를 해 보여도 그녀는무표정 했습니다. 소년은 그녀가 계절을 타나 보다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그녀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싱글벙글이던 그녀가 이제는 무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린 얼굴이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이유를 묻지않았습니다. 그런 그녀를 믿었고 사랑했기 때문이지요.
어느날 밤이었습니다. 그녀가 여느때 처럼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들뜬 목소리도 행복한 음성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냉정하게 변해버린 굳은 그녀의 말소리였습니다.

"그만 만나....."

아아, 소년의 눈방울에 물이 고였습니다. 이내 그 눈물은 소년의 왼쪽뺨을 타고 조용히 흘려내렸습니다. 그리곤 한참동안 둘은 아무말이없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이제는 내가 싫어 졌냐고 소년은 그녀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화기에 들려나온 그녀의 싸늘한 목소리 때문이였지요.

"다른 사람이 생겼어. 이젠 당신은 필요없어요. 나에게 당신은 놀이감에 불과 했으니....."

잠시후 수화기에서는 뚜우뚜우- 소리가 났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왜 어떤 사람 이길래 나를 버렸냐고, 뭐든지 해줄수 있으니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말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어졌습니다. 소년의 눈망울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울컥 쏟아져 나와 그녀의 양볼을 적시고 바닥에 흘러 내렸습니다. 소년은 심한 배신감과 증오감을 느꼈습니다.
그녀를 이토록 원망 해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였습니다. 몇일동안 소년은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밥도 먹지 않았습니다. 학교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잊지는 못할 것같았습니다. 소년은 결심했습니다. 수화기를 들고 그녀의 집에 전화를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의 양칼진 목소리만이 들려나올 뿐이었습니다.
소년은 죽고만 싶었습니다. 소나기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밤, 소년은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우산도 쓰지않고 비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비에 묻혀 거리를 뛰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소년은 그대로 달렸습니다. 세상이 나를 버린것 같았습니다.

<<그만 만나.>>

<<그만 만나.>>

<<그만 만나.>>

<<놀이감에 불과해..>>

<<놀이감...>>

그 낱말들이 소년의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메아리쳐저 들려왔습니다.자신은 저주받은 인간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신이시여 나에게 왜 그런그녀를 보내셨습니까, 이런 시련을 줄꺼면서 뭐하러 그녀를 보냈습니까?
소녀는 신을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용서했습니다. 그러나 묻고 싶었습니다. 왜, 왜 나를 버렸냐고? 새로 생긴 사람이 얼마나 좋았길래날 버렸냐고, 소년은 울었습니다. 한강물에 빠져 보고도 싶었습니다.
높은 빌딩에서 뛰어 보고도 싶고,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 보고도 싶었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소년의 눈물이 비에 섞여 흘러 내리고 그렇게 소년의 추운 겨울은 지나갔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이제 소년은 사랑하는 그녀를 잠시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그녀를 더이상 볼수 없었고, 이제는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기로 했습니다. 써클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과일에 관해서도 적극적 이었습니다. 아무도 그의 숨겨진 고통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소녀의 가슴속에 이미 그녀라는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더이상 소년은 그녀를 그리워 하지않았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년은 혼자였습니다. 어느 날 소년이 작은 사고로 발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며칠동안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았습니다. 친구들도 찾아왔고 선배, 후배들과 친척들도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니 소년은 흐뭇했습니다. 아직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는 외롭지 않겠구나...
그렇게 15일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소년은 퇴원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 들이 자신의 퇴원을 축하하며 파티를 준비하고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구두를 신고 소년은 방실 문을 열었습니다. 긴 복도를 걸었습니다. 주위의 여러사람들과 함께였습니다.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복도 맞은편에서 흰 환자복을 입은 휠체어를 타고 머리에 모자를 쓴 사람이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복도를 걸었습니다. 환자복의 그 사람이 가까워 왔습니다.
5미터, 4미터, 3미터, 2미터....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이고 있는 그 여성과1미터를 사이에 두고 소년은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수초후에 그들은지나쳐 서로의 갈 길을 갔습니다. 소년은 어디선가 본듯한 그 얼굴에 잠시 우뚝서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야, 너 왜그래?" 친구들의 음성이 귓전에 흐르고 소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습니다.친구들의 조촐한 퇴원기념 쫑 파티가 끝나고 소년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소년은 병원일을 문득 떠올렸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여성의 이미지, 소년은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에 빠졌습니다. 한참 후 소년은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그녀다.
환자복을 입고 머리에 모자를 쓴 그 여성은 소년의 그녀가 틀림 없었습니다. 비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는 있었지만 그 큰 눈망울과 가냘픈 얼굴, 확실했습니다. 소년은 지폐를 몇장 꺼내들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미 밤12시가 지나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무 택시나 붙잡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 1시, 재빨리 간호사를 찾아 말했습니다.
그녀가 몇호실이냐고, 어디에 있냐고 소년은 말했습니다. 간호사의 차가운 한마디가 소년에게 들려왔습니다.
"오늘 낮 다른 병원으로 이송 되었습니다. 손님"
어디냐고 도데체 어느 병원이냐고 소년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것이라고 간호사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보호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소년은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꾸깃꾸깃 해진 수첩을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그녀의 전화번호가 쓰여진 그 수첩을 말입니다. 수화기를 들고 전화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과 통화했습니다. 처음에는 강력히 부인했으나 소년이 끝까지 밀고 나가자 그녀의 부모님도 한숨을 쉬며 모든것을 실토 하는 듯 했습니다. 일 년전에 병에걸려 아직까지 투병중이라고...
무슨 병이죠? 소년은 물었습니다. 백혈병....그녀의 부모님의 흐느끼는 한마디가 들려 왔습니다. 그 한마디가 소년에게 모든것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사랑하는 소년에게 말해주기 싫었던 것입니다. 소년은 잠시 얼얼 했습니다. 어느 병원이냐고 지금 어디에 있냐고 그녀의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며 결사코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착잡했습니다. 나의 그녀가. 사랑하는 그녀가... 백혈병에 결렸다니.... 아아, 나는..아무것도 해줄수 없는.....나는....
소년은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소년은 일찍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가 있는곳을 말해주기만을 기다리며 문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런 소년의 행동에 감동 했는지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있는곳을 말해주었습니다.
소년은 그말을 듣자 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가 있는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부산의 한 시립 병원에 있었습니다. 병실의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습니다. 허리춤에 커다란 주사기를 꽂고 붉은 피를 뽑아내며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를 소년은 보았습니다.
눈물이 흘려나오려는 것을 참았습니다. 그녀의 앞에서 눈물이라니, 소년은 눈물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피를 모두 뽑고 그녀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소년이 서있는 곳을 무심코 바라보았습니다. 윤기흐르는 긴 생머리는 이미 모두 없어지고 벌겋게 홍조를 띈 두 뺨과 촉촉한 그녀의 입술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기뻤습니다. 미칠것만 같이 좋았습니다. 그녀의 겉모습만을 사랑한것이 아니었기에, 소년은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가슴에 않았습니다.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울면 안되는데 소년은 생각하면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 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지?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그녀를 품에 않은 소년의 첫 마디 였습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둘은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소년은 다시 행복에 빠졌습니다. 모든것이 즐거웠고,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것을 위로할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식사를 먹여주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산책을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녀는 빠르게 완쾌되었고, 그렇게 소년과 그녀의 두번째 사랑이 시작 되는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한 학기를 휴학하고 부산으로 내려와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했습니다. 그녀를 보살펴주며, 아끼며, 위로해 주며...그렇게 소년은 그녀의 곁에 있었습니다. 소년이 있는 한 그녀는 행복했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몇달후 그녀가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소년과 그녀의 부모님을 안심시켰고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점이 없는듯 했습니다.

"빨리하고 나오면 오빠가 뽀뽀해줄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소년의 한마디였습니다.

수술은 저녁 밤 늦게 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소년은 점점 불안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되는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
새벽 3시.
수술실의문이 열리고 침대에 누운 그녀가 나왔습니다.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곱게 잠들어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우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소년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마친 의사의 몇마디가 소년의 귀에
흘러들어왔습니다

"이미 손을 쓸수 없는 상태까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밤을 넘기기가힘들것 같습니다..."

소년은 다시 그녀와의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의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습니다. 당신, 아까전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했잖아,
무슨말이야!!!!!

소년은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소년을 말렸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병실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직 표정없이 누워있는 그녀와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고있는 소년이보였습니다.

"나오시죠, 진찰을 해야하니까..."

의사의 한마디에도 소년은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못말리겠다는 듯이 소년의 어깨를 붙잡고 나오라는 시늉을 하는 의사의 손이 갑자기 떨리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간호사를 불러와!!!!!!!" 의사의 한마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아아, 의사는 직감할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녀와 소년은 두손을 꼭잡은 체 아주 긴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소년의 오른쪽 탁자위에는 자그마한 약봉지와 쪽지가 놓여있었습니다.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만날수 있겠지?....>>

자그마한 흰색 쪽지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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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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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진

    2006.08.16 15:35:06

    켁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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