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즐거움 Tooli의 고전게임 - 툴리의 고전게임
회원가입로그인사이트 소개즐겨찾기 추가
  • SNS로그인
  • 일반로그인

수다방

전체 글 보기공지사항자주묻는질문요청&질문자유게시판가입인사게임팁&공략내가쓴리뷰매뉴얼업로드게임동영상지식&노하우삶을바꾸는글감동글모음공포글모음명언모음회원사진첩접속자현황회원활동순위Tooli토론방추천사이트출석체크방명록


클릭하여 쿠팡 방문하고 50 툴리 포인트 받기
2시간에 1회씩 획득 가능

글 수 325

불타는 천사

조회 수 2139 추천 수 0 2006.08.11 18:45:10
이중호 URL 복사하기 - 





. 나에게는 고모가 한 분 계셨다.
세상 사람들은 고모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은 다 못 가도 저분만은
천당에 가실 거야.”라고 말했다.
그만큼 고모는 유별난 크리스천이었다.
고모가 세인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그의 구제 생활에 있었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노인들을 비롯하여
가난한 이웃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그분이 하시는 일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길거리의 거지들을 한데 모아
먹이는 일이었다.
농촌이 바쁜 철이 되면 거지들을
대여섯 명씩 데리고 와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기도 했다.
그 중에 잊혀지지 않는 거지가 한 명 있다.
아마 가장 오랫동안 고모를 따라다녔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추운 겨울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자다가 옷에 불이 붙어서
심한 화상 입은 것을 고모가 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 하나를 잘라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듬해 겨울,
나는 초라한 초가집 단칸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밤은 깊어 가고 거리는 조용했다.
가끔 바람에 나뭇잎 날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열한 시쯤 되었을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왠지 무서운 생각이 엄습해 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두컴컴한 마당 가운데 흉측스런 옷차림에
목발을 짚은 그 애가 서 있는 것이었다.
무서운 생각은 사라졌지만
갑자기 나의 머리 속은 깊은 갈등으로 가득 찼다.
들어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가라고 해야 할까.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침묵이 계속 흘렀다. 나의 눈을 바라보는
그 애의 모습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제발 나한테 가라고 하지 마세요.
날씨는 너무 춥고 전 갈 곳이 없어요.
그냥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만 있을 게요.
제발 들어오라고만 해 주세요.”
하며 간절히 부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이 성 프란체스코의 이야기에 나오는
문둥이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고모네 집에 가지 왜 여기에 왔니?
어서 고모네 집에 가 봐.”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서히 목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고모가 오셨다.
고모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봉기야, 어젯밤에 그 애가 죽었단다.
모닥불 옆에서 자다가
옷에 불이 붙어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외치니까
이웃집에서 뛰쳐나와 물을 부었는데 그때는 이미….”
고모는 어젯밤에 철야기도 가느라 집을 비웠었고,
마침 대문이 꼭 잠겨 있었다는 것이다.
내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성 프란체스코는 문둥이의 손발을 씻겨 주고
목욕까지 시켜 주었는데,
난 그를 불에 타서 죽게 하다니….
그날 밤, 마당에 서 있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안돼"
"구석에 쪼그리고 있을께요."
"안된다니까."
"제발 들어오라고만..."
죽어버렸다던 거지 애는 쉬지 않고
내 가슴에 속삭이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감동적인글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올리는 곳입니다. [2] 툴리 2006.02.01 18929
325 어떤 블로거가 자살 전 쓴 글들 file [2] 엠에이 2015.11.18 722
324 7년9개월 file [1] 엠에이 2015.10.21 447
323 생일선물 받고 울어버린 여중생 file 엠에이 2015.09.28 680
322 기무라 타쿠야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들 file 엠에이 2015.07.25 442
321 2007년 5.18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file 엠에이 2015.07.23 435
320 죽어가던 물고기 한마리 file 엠에이 2015.07.15 426
319 결혼식에서 장인이 사위에게 해준 말 file 엠에이 2015.07.13 849
318 결혼 전 커플들이 해볼만한 것 file 엠에이 2015.06.29 521
317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프러포즈 file 엠에이 2015.06.22 425
316 장애를 지닌 인형 file [1] 엠에이 2015.05.28 377
315 불과 물의 사랑 이야기 file [1] 태풍vs허리케인 2015.04.22 506
314 먹지 않고 배부른 법 file 엠에이 2015.04.14 425
313 10년 만에 게임 속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file 엠에이 2015.04.08 436
312 어른들은 힘들 때 누구한테 의지하나요? file 엠에이 2015.04.08 423
311 어느 세탁소의 사과문 file 엠에이 2015.04.05 461
310 어느 커피숍 화장실에서 울컥 file 엠에이 2014.12.29 544
309 친구 라는건...(Real Story) Gray 2014.12.28 637
308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값진 시계 file 엠에이 2014.12.18 481
307 VIP 메뉴판 file [1] 엠에이 2014.12.03 511
306 사과 좀 깎아 주세요 file 엠에이 2014.11.30 518
사이트소개광고문의제휴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사이트맵

익명 커뮤니티 원팡 - www.one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