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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 나에게는 고모가 한 분 계셨다.
세상 사람들은 고모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은 다 못 가도 저분만은
천당에 가실 거야.”라고 말했다.
그만큼 고모는 유별난 크리스천이었다.
고모가 세인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그의 구제 생활에 있었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노인들을 비롯하여
가난한 이웃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그분이 하시는 일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길거리의 거지들을 한데 모아
먹이는 일이었다.
농촌이 바쁜 철이 되면 거지들을
대여섯 명씩 데리고 와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기도 했다.
그 중에 잊혀지지 않는 거지가 한 명 있다.
아마 가장 오랫동안 고모를 따라다녔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추운 겨울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자다가 옷에 불이 붙어서
심한 화상 입은 것을 고모가 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 하나를 잘라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듬해 겨울,
나는 초라한 초가집 단칸방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밤은 깊어 가고 거리는 조용했다.
가끔 바람에 나뭇잎 날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열한 시쯤 되었을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왠지 무서운 생각이 엄습해 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두컴컴한 마당 가운데 흉측스런 옷차림에
목발을 짚은 그 애가 서 있는 것이었다.
무서운 생각은 사라졌지만
갑자기 나의 머리 속은 깊은 갈등으로 가득 찼다.
들어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가라고 해야 할까.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침묵이 계속 흘렀다. 나의 눈을 바라보는
그 애의 모습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제발 나한테 가라고 하지 마세요.
날씨는 너무 춥고 전 갈 곳이 없어요.
그냥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만 있을 게요.
제발 들어오라고만 해 주세요.”
하며 간절히 부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이 성 프란체스코의 이야기에 나오는
문둥이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고모네 집에 가지 왜 여기에 왔니?
어서 고모네 집에 가 봐.”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서히 목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고모가 오셨다.
고모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봉기야, 어젯밤에 그 애가 죽었단다.
모닥불 옆에서 자다가
옷에 불이 붙어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외치니까
이웃집에서 뛰쳐나와 물을 부었는데 그때는 이미….”
고모는 어젯밤에 철야기도 가느라 집을 비웠었고,
마침 대문이 꼭 잠겨 있었다는 것이다.
내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성 프란체스코는 문둥이의 손발을 씻겨 주고
목욕까지 시켜 주었는데,
난 그를 불에 타서 죽게 하다니….
그날 밤, 마당에 서 있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안돼"
"구석에 쪼그리고 있을께요."
"안된다니까."
"제발 들어오라고만..."
죽어버렸다던 거지 애는 쉬지 않고
내 가슴에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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