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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삼겹살과 자장면

조회 수 2097 추천 수 0 2006.08.12 16:47:20


『삽겹살과 자장면』

우리집은 6년전부터 국가보조금에 의지해 살아왔다. 이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내가
무사히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절약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덕분이다.
아버지는 나를 끔찍이 아끼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지금의 엄마와 재혼한 아버지는
엄마가 데려온 언니에게보다 내게 더 많은 애정을 쏟으셨다. 오빠도 있었지만
십 년 전 하늘 나라로 떠나 버렸고 아버지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를 더 사랑하셨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다니던 때,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버지는
달마다 한 번씩 학교에 들러 용돈을 주셨다. 언젠가는 마침 점심시간에 오셨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학교 구내식당에 갔다. 아버지는 구내식당에 가장 값이 싼 7백원 짜리 자장면을
시키셨다. 먹성 좋은 친구들도 맛없다고 남기는 자장면을 "값도 싸고 맛있구나!"라며
그릇을 싹싹 비우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내심 많이 놀랐다. 아버지는 차비 아깝다며
집에 자주 오라는 말씀도 안 하셨다. 언젠가 집에 들렀을때 엄마가 "네 아버지 쌀
아낀다고 글쎄 하루 한 끼만 드신다고 고집 부리신다. 네가 좀 어떻게 해봐" 하셨는데
나는 식욕이 없으신가 보다 하며 웃어넘겼다.

얼마 전 내 졸업식이 끝나고 식구들과 삼겹살집에 갔다. 아버지는 무척 주저 하며
음식점에 발을 들여 놓으셨다. 삼겹살을 드실 때도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유심히
살피셨다.
"네 아버지 아마 삽겹살 드시는 것 처음이실 게다." 엄마 말씀에 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버지! 정말 삽겹살집 처음이에요?" 물었지만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안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돈이 없어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배곯는 날이 허다했다던 아버지에게
자장면과   삼겹살은 사치스런 음식이었던 것이다. 목이 메어 젓가락을 들지 못하는
내게 엄마가 한마디 던지셨다.
"정민이 너 아버지한테 잘해라. 너 대학 다니는 동안 십 원 하나 허투루 쓰시는 것
못 봤다. 좋아하는 약주도 딱 끊고... 아버지 머리 좀 봐라. 머리 깍는 돈 아끼려고 혼자
깍다가 저렇게 돼 버렸어. 너희들 정말 아버지한테 만큼은 잘해야 한다!"

대학 졸업하고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나. 오늘도 부모님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반드시 취직해서 우리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겠노라고.


댓글 '3'

profile

앵무조개

2007.01.06 23:13:16

???

최강던파유저

2007.01.11 09:28:48

아.. 감동했어요 ㅜㅜ

아버지들은 다이럴까요 ㅜ_ㅜ

2007.11.03 07:41:31

아버지들 다 저러면 우리나라 어떻게 먹고살라고요 ㅡ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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