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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와의 여정 -[2편] 음모, 공포, 두려움 그리고 사슬 】                                      







“ 엘라크! 엘라크는 어디있는게냐!! ”















   세월은 고요히 지나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여기 중간대륙의 법칙. 항상 추웠지만, 그날은 더더욱 추웠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자들은 얼마 없었고, 걸어다니는 자들은 대부분 옷을 3겹 이상으로 입고 있었다. 그 추운날 반팔티에 가볍고 얊은 갈색 바지를 입고서 거리를 누비는 자가 있었으니  그가 엔폴이다.



   때는 311년 11월 3일. 해가 아직 중천에 떠있지 못했던 시간, 로하듬의 뿔나팔은 울리고 있었다. 엔폴이란 사내의 발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는데 특정한 목표나 의미가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왠지, 쓸쓸함을 달래기위해 기분을 내고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 나참, 이런 추운날 심부름을 하게 되다니... ”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엔폴이란 아이가 한마디는 내뱉었다. 그는 입으로는 기분나쁜 소리를 했지만, 표정은 찌푸리지 않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권의 책이 잡혀있다. 두껍거나 무거워보이지는 않았다. 검은 배경색에 겉에 테두리는 붉은색으로 치장이 되어 있었다. 제목은 “ 라플라페타, 그대의 꿈 ” 이었고 엔폴에게는 영 관심이 없는 책이었다. 그가 심부름을 가는동안, 단 한번도 그의 눈빛은 책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10분거리. 논밭을 지나 또다른 작은 시골촌마을이 하나 보였다. 구름에 가려지고 눈이 많이 내려 어두운 탓인지, 걸어가다 가끔 길을 잘못 틀어 논밭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양말이 젖은탓에 추위에 떨어야 했다. 차가움을 느낄때마다 엔폴은 짜증을 냈다. 그의 표정은 마치 “ 나 건드리면 못 살아 남는다. ”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저 멀리서 전등하나를 가지고 걸어오는 한명의 늙은이가 보였다. 반가운듯 웃는 얼굴로 달려가는 엔폴에게서 아까의 기억은 없는 듯했다.



   “ 반갑습니다. 엔폴군이시죠? 어머님과 대화가 있었습니다. 책은 저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제가 주인님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고비는 내일오전 사람을 시켜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차분한 옷차림, 우뚝솟은 흰수염, 청렴한 마음을 가진 집사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심부름을 한 사람에게서 수고비를 다음날 주겠다는 것은 큰 실례다. 허나, 자신보다 높은 자에게 함부로 욕을 할 수는 없는법...엔폴은 애써 아쉬운 표정을 감추며 집으로 돌아왔다. 차츰 눈이 그쳐갔을때, 또다시 저 멀리서 수백마리의 새들이 날아갔다.



   “ 이번엔 남동쪽인가? ”



   긴 행렬의 새들은 전부 북서쪽으로 이동중이었다. 그들의 행렬중에는 꼬리에 불이 붙은 새들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거나 하지 않았다. 잠시뒤, 온몸이 불타며 떨어지는 새들이 눈에 띄었다. 눈도 감지 못한 새들은 퍽퍽 소리를 내며 땅에 부딛쳤고, 엔폴은 급히 달려가 새들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순간, 추운날 엔폴의 땀은 또한번 흘러내렸다.



   “ 이건....일반 화재가 아니야...중간 대륙에서 볼 수 없는 *①꺼지지 않는 불씨......이계...인건가? ”











   “ *②엘라크! 엘라크는 어디있는게냐!! ”



   삐이걱소리를 내며 나무문이 열렸다. 밖에서는 힘없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한명의 남자가 방안에서 흐느껴 울고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듀베의 눈빛이 날카롭다. 두려움이라는 마법에 걸린 사내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듀베가 남자의 어깨에 손을 대고서 큰 소리를 낸다.



   “ 하나만 말하면 된다. 엘라크가 어디에 있지? ”



   나무에 앉아있는 사내는 뭐라 말할기분이 아닌가보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그에게 듀베는 숨겨져있던 검끝을 들이댔다. 그의 등뒤에서 순식간에 꺼내진 검은 무거워보이면서도 쉽게 움직였다.



   “ 난 엘라크를 반드시 찾아야한다. 마지막 기회다. 엘라크는 어디에 있지? ”



   사내가 큰 숨을 쉬며 헐떡거렸다. 금방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은 그의 입에서 하나의 문장이 이어나왔다.



   “ 엘라크는 죽었소! 이미 죽은지 오래올시다! 엘라크가 아무리 수백년을 살 수 있는 불멸의 영혼이라고 해도 죽음은 있는 법, 당신의 육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무렵 엘라크도 사망했다고 하오! 근데 그뒤로 몇년도 안돼 당신이 부활했소, 이건 누구나 당황할만한 일이올시다! ”



   듀베의 눈빛이 천장을 향했다. 사내를 다시 쳐다보더니 큰 한숨을 쉬고서 순식간에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그 사내의 목덜미를 잡는다. 컥컥거리며 고통을 받고있는 그 사내의 얼굴을 보며 듀베는 웃음을 짓는다. 약한 눈을 뜬 사내가 마지막 힘을 내서 듀베에게 말한다.



   “ 아...악마 따위...당장 사라져...!! ”



   몇초뒤, 번개소리와 함께 방안을 붉은색 액체가 가득 매운다. 잠시후, 피비릿내와 함께 듀베가 문을 닫고 방을 나온다. 그 흩어진 피의 주인공은 바람의 정령 *③하레타네였다.











   “ 평화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늙은이가 말했다. 문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 늙은이를 응시한 자는 책을 집고서 걸음을 옮기던 엔폴이다. 새들의 대피령과 의미를 알 수 없는 꺼지지 않는 불씨, 그것과 다르게 여러 질문을 가진 엔폴은 궁금증이 많았다. 뭐라 그러지 않아도 엔폴은 알고있었다. 이곳은 일반인이 들어올만한 곳이 못된다고...허나, 여러 정보에 귀가 밝은 자의 집인지라 한번쯤 물어봐도 될거라 생각한 엔폴은 마음을 놓았다.



   “ 바로 앞에 의자가 있습니다. 푹신푹신하니 어서 앉으세요. 물론 처음 만나니 긴장감이 있겠네요. 허나, 제가 의심스러워도 믿으셔야 합니다. 전 진실만을 말하거든요. ”



   왠지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무표정한 얼굴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두렵게 그지없었다. 엔폴은 잠시 추춤거리더나 곧장 의자에 앉았다. 늙은이는 담뱃대를 탁자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 반갑습니다 엔폴군, *④불타는 환하구의 15교신자중 한명인 *⑤파렌티몬입니다. ”



   “ 15교신자? 그들은 오래전에 죽었을텐데? ”



   의문의 질문을 남긴 엔폴에게 늙은이 파렌티몬은 담뱃대를 보였다.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그는 고풍스런 웃음을 지었다.



   “ 암, 대부분 죽었다고 알고있지요. 15교신자중 5명에게는 성스러운 보물 *⑥에스테리아의 가보가 하나씩 있었습니다. 가보는 비슷하거나 용도가 같지않은 완전한 다른 물건이며, 색은 황금색에 동그란 은색 다이아몬드가 박힌것으로 통일되어 있지요. ”



   “ 그게 뭐 어쨋다는거지? ”



   엔폴의 질문이 이어졌다. 늙은이 파렌티몬이 몇번 콜록거리더니 담뱃대를 한번 들이마시고는 안정을 취했다. 그러고보니 그 담뱃대는 황금색인데다 입이 닿는 부분에 빛나는 보석이 하나 붙어있었다.



   “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건 에스테리아의 가보중 하나인 *⑦포노피입니다. 15교신자는 전부 죽은상태였는데, 그중 가보를 가지고있던 5명은 부활을 하였습니다. 다만, 생각하기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보가 만약 사라진다면 자신의 육체도 사라질거라 생각하지요. 그래서 항상 곁에 붙여다니는 겁니다. 전 불행하게도 몇분에 한번씩 이 담뱃대를 펴주지 않으면 심장이 약해지더군요. 생존에 대한 조건이라고나 할까요? ”



   “ 알겠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대가 15교신자중 하나임을 모두에게 알리면 살아남지 못할텐데? ”



   엔폴이 미소를 지었다. 왠지, “ 전 당신의 답변을 듣고싶습니다. ” 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한번더 담뱃대를 들이마신 파렌티몬이 엔폴을 따라 미소를 지었다.



   “ 당신은, 저를 알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제가 한마디를 할 것이니까요. ”



   “ 무슨 말인데? ”



   “ 당신이 먼저 죽을 것입니다. 라는 말이지요. ”



   침묵이 꽤 길었다. 언제부터인지 엔폴의 등뒤로 땀이 흘렀다. 파렌티몬뒤에서 타오르고 있는 장작불의 열 때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엔폴의 눈빛은 이미 초점을 잃고 약간의 두려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 허허....쇼크가 좀 있나보군요. 그렇게 심한말은 아니었지만.....저의 예언이 너무 적중해서 오히려 저가 놀랄 정도입니다. 사실, 저의 가보는 단점이 있는대신 특별한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예지능력이지요...너무 긴시간은 아니지만, 중, 단시간동안 일어날 일을 50% 정도로 적중시키지요. ”



   파렌티몬의 담뱃대를 들고있던 손이 천천히 허공을 움직인다. 잠시후, 그의 눈깜박임과 함께 그가 허공에 그렸던 특별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점점 커진 마법진은 엔폴의 몸을 덮쳤다. 그리고, 사라졌다.



   “ 엔폴, 정말 미안합니다. 사실은 당신에게 약간의 마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몇분간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도록.....걱정마세요 저의 마법진의 먹이가 되도록 하기위해 한것 뿐이니....아! 죽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황당함이 있겠지만요. 엔폴? 당신에게는 신기하게도 성스러운 마력이 넘쳐납니다. 그 누구보다도요. 몇킬로미터 밖에서도 당신의 마력이 느껴졋으니 어마어마한것 아닙니까? 슬퍼하지 마세요. 저에게 잡힌건 전부 당신의 너무 강력한 마력 때문이니까요.....저희 15교신자의 일이 끝나면, 그때 풀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동안 주무시고 계시면 됩니다. ”















“ 일어나라, 나의 분신 엔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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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꺼지지 않는 불씨 : 이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절대로 꺼지지 않는 불씨다. 다만, 지상계의 바람에 지속적으로 맏닿으면 꺼진다고 한다. 대신, 꺼지는데 얼마나 걸리는 지는 알 수 없다.



*②엘라크 : 엔폴의 아버지. 라멘타리와 함께 지상계에서 가장 수많은 업적을 남겼던 자로 기록되어있다.



*③하레타네 : 바람의 정령인 그는 엘라크와 친분을 가진 자다. 나이라는 관계와 떨어져 있는 정령들 사이에 엘라크는 자유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정령들은 그의 무한한 상상력을 토대로 지치지 않는 정령의 몸을 바치기로 했다. 그에 의해, 중간 대륙은 어마어마한 개발을 하였다.



*④불타는 환하구의 15교신자 : 불타는 환하구란, 이계의 높은 산을 뜻하는데, 15교신자는 이계에서 최초로 태어난 마법사이며, 가장 강력한 어둠의 마력을 지닌 인간으로 유명하다. 사실은 인간이 아닌데, 마법을 못쓰면 약하고 인간의 육체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인간의 목소리를 냄으로서 인간이란 칭호를 받은것이다.



*⑤파렌티몬 : 15교신자중 3번째로 강력한 마력을 휘두른 자다. 월래는 날랜 혀로 모두를 유혹시켰으나, 늙어버린 그에게서 더이상 유혹이란 마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그리 사악하고 잔인하지 않았으나, 점차 백발이 생기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어둠을 좋아하였으며 저주를 즐겼다.



*⑥에스테리아의 가보 : 에스테리아는 오랜 역사속에 의문으로 기록된 요정들의 대륙을 말하는데 가보는 그들이 만든 고귀한 보물이다. 중간 대륙을 건너온 5개의 보물은 에스테리아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5개의 에스테리아의 가보는 각기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요정들의 어마어마한 마력을 압축시킨 생명체라 불리운다.



*⑦포노피 : 5개의 에스테리아 가보중 하나인 포노피는 가장 많은 마력의 압축체인데 주인의 마력특성에 따라 스스로 속성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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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노아

    2008.07.28 07:39:08

    아, 앞에 ① << 이런게 뭔가 했더니 단어 설명이였군요...ㅎㅎㅎ친절하셔라!~

    profile

    『Ksiru』

    2008.07.28 19:49:06

    우...우왕~ 재밌어요~~ 전 언제 이런 글 써보려나....
    당신이 먼저 죽을 것입니다.....
    만화로 만든다면 살기가 옆으로 튀어나오면서... 크왕~<응?

    이카루스

    2008.07.30 15:17:14

    └지금 보고 계시는군요 -ㅅ- 왠지 쪽팔려보이는 이 스토리;; 긴장되는데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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