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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CRAFT- 제 1 장 12화 전쟁의 끝

조회 수 4127 추천 수 0 2008.09.17 20:06:10


[ 한 병사가 내게 다가와 보고를 하였을 때에는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반란군과 관계된 비행체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난 일단 그 비행체의 착륙을 허가 하도록 한 뒤에 반란군들이 관측할 수 없는 기지 중심부로의 착륙을 유도했다. 다행히도 비행체는 우리의 유도를 따라 중심부에 무사히 착지하였다. 하지만 나와 내 부하들이 그 비행체에 접근하였을 때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행선 외부에는 온갖 피자국과 총에 맞은 자국이 넘쳐났다. 우주를 거쳐 온 것이 분명한데도 비행체에서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비행체의 기종은 TXQ-22로 작은 수송기였는데 앞 유리의 손상이 심각했으며 만약 대기권의 진입을 두 번만 시도한다면 앞 유리가 터질 것처럼 보였다. 대원들과 나는 생존자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비행체의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안에서 군 흰색 제복을 입은 자가 내렸다. 그는 크로노스 부대에서 급파된 존 아브라함 중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에 자신의 부대가 위기에 쳐했으며, 현재 모든 반란의 주동자라 할 수 있는 멩스크가 자신의 부대를 향해 총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와 더불어 나에게 지원군의 파견을 요청했다. 난 그에게 우리 행성의 반란 세력도 진압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하지만 그는 멩스크가 죽으면 이 모든 상황이 끝날 것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내가 지원군을 파견할 경우 행성 내 병력에 공백이 생기게 되어 반군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 나는 몇 번이고 그의 부탁을 거절하였다. 하지만 끝내 그의 설득에 난 지원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설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의 눈에서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수많은 행성을 돌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던 것 같았다. 약속만 하고 지원을 보내지 않는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강한 살기를 내뿜는 군인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오히려 내가 지원을 반드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생겼었다. 나는 그와 맹세를 한 뒤에 약간의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비행선의 수리하도록 한 뒤에 아브라함 중위에게 다른 부대의 위치도 알려주었다. 그가 비행기에 탑승하며 떠나고 난 뒤에 난 병력을 뽑아 지원부대를 만들어 따로 파견을 하였다. 지원군이 출발한지도 벌써 이틀이 되어간다. 반군이 이틈을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세가 좋지 않다. 이대로라면 반년도 못가서 패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원군이 승전 후에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

                                                                                                                     -아틀라스 부대, 이반 테무르 중령의 일기


.......................................................................................................................................................................

“어떻게 됐어?”

퍼거슨이 허겁지겁 비행기에 탑승하는 앨런에게 물었다.

“틀렸어, 이미 반군에게 접수되었어, 빨리 여길 뜨는 게 좋을 거야.”

앨런이 땀을 닦으며 퍼거슨에게 말했다.

“걱정 마시라, 내 운전 솜씨가 어떤지 너도 이제 잘 알잖아?”

퍼거슨이 웃으며 말했다.
퍼거슨이 조종 레버를 당기자 기체가 흔들리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휴우, 이제야 한 숨 돌리겠군.”

앨런이 자신이 쓰고 있던 존 중위의 군모에 붙은 진흙을 툭툭 털며 말했다.

“내가 다녀본 행성 중에 가장 최악이구만, 해성 전체가 이런 진흙탕이라니.”

“흐흐, 머드팩이 피부에 좋다고 하던데 저 행성에 사는 죄수 놈들은 아가씨 피부 뺨치게 곱겠는 걸.”

퍼거슨이 킥킥 거리며 웃었다.

“곱기는 무슨 완전히 고릴라가 따로 없던데, 하하.”

앨런이 퍼거슨 옆 조종석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는 존 중위의 군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양복점에 가서 맞추기라도 한 듯이 앨런과 딱 맞아 떨어졌다.
앨런이 군모에 붙은 진흙을 털어내다 말고 갑자기 멈칫하며 생각에 잠겼다.

“퍼거슨, 우리가 우주를 돌아다닌 지 몇 일째지?”

앨런이 퍼거슨에게 물었다.

“약 한달 가까이 되어가지.”

퍼거슨이 어림짐작으로 날짜를 계산 하더니 말했다.

“갑자기 왜 물어?”
“아니, 그냥...퍼거슨, 넌 무슨 음식이 그립냐?”

앨런이 깜깜한 우주 공간을 바라보며 퍼거슨에게 물었다.

“음식?”

퍼거슨이 생각에 잠겼다.

“치즈버거.”

퍼거슨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감옥에 있을 때부터 그리워하던 거였는데 아직까지 못 먹고 있다는 게 너무 슬프네.”
“그래.”

앨런이 낮은 목소리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제 조금 지치는 것 같아.”

앨런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퍼거슨에게 말했다. 그러자 퍼거슨이 피식 웃으며 앨런을 바라보았다.

“이제 ‘조금’ 지친다고?”

퍼거슨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죽을 뻔 한일이 몇 번인데.”
“퍼거슨.”

앨런이 잠에 취해서 중얼 거리듯이 퍼거슨을 불렀다.

“우리 그만 돌아갈까?”





“으음, 퍼거슨, 벌써 거의 다 온 거냐?”

앨런이 눈을 비비며 유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앨런, 준비해,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퍼거슨이 외쳤다.

앨런의 눈앞에는 엄청난 기체의 진동과 함께 주황색의 모래 먼지가 나타나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으아아, 대체 무슨 일이야, 대체 여긴, 가기로 예정했던 보병사단이 있는 행성이 아닌 것 같은 데.”

앨런이 퍼거슨에게 외쳤다.

“설마, 이 모래 먼지는...”
“네가 돌아가자고 그랬잖아.”

퍼거슨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체 안에서 조종 레버를 놓치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조종 레버를 붙잡고 말했다.

“젠장, 내가 언제?”

앨런이 비명을 지르며 퍼거슨에게 투덜거렸다.
기체가 드디어 모래먼지를 뚫고 나오자 보이는 것은 광활한 모래사막이었다. 분명 돌아온 것이었다. 앨런의 마음속으로 안도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기체는 곧장 모래사막에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기체의 커다란 충격과 함께 앨런과 퍼거슨은 조종석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만다.




“으윽, 머리가 깨지는 것 같네.”

앨런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난 허리가 아파.”

퍼거슨도 정신을 추스르며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고생인지.”
“퍼거슨, 넌 왜 아직도 착륙을 이렇게 하냐?”
“모래폭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구.”

앨런과 퍼거슨이 조종석에서 일어나 기체의 출입문을 열고 사막으로 걸어 나왔다.

“쿨럭, 모래먼지가 아직도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아.”

앨런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제 어느 쪽으로 가야 기지로 가지?”
“그러게.”

앨런의 물음에 퍼거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게라니?”

앨런이 퍼거슨에게 당황해하며 물었다.

“진입하면서 기지에 연락도 하지 않은 거야?”
“시도했지만 받지도 않더라고.”

앨런과 퍼거슨은 서로 광활한 사막만 허탈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앨런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퍼거슨, 저거 봐.”

앨런이 사막 한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작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앨런, 저기도."

이번에는 퍼거슨이 앨런이 가리킨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도 어떤 물체가 작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앨런과 퍼거슨은 좋지 않은 일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하였다.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떠나있었지?”
“한 달.”

퍼거슨이 다가오는 물체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목소리로 앨런에게 답했다.

“그 동안에 전쟁이 시작된 걸까?”

앨런에 말에 퍼거슨이 침을 꿀꺽하고 삼킨다. 서로 반대되는 방향에서 다가오는 두 물체들을 자세히 보니 한쪽은 지프 3대, 한쪽은 험비 2대였다. 하지만 아직은 거리가 멀어 그 안에 탑승자들을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될까?”

앨런이 물었다.

“나...난, 지프.”
“지프?”

퍼거슨에 대답에 앨런이 험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전에 지프를 탔었지 험비를 탄 적은 없잖아.”

퍼거슨이 앨런에게 말했다.
앨런 역시 생각을 해보니 기지 내에서 험비를 본 적은 없었다.

“좋아, 빨리 지프 쪽으로 가자.”

앨런과 퍼거슨은 합의를 본 뒤에 수송기에서 소총 두 자루와 약간에 탄약을 챙겨서 서둘러 지프가 오는 방향으로 달렸다. 모래로 된 사막이라 달리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지만 지프가 달려오는 속도가 꽤 빠른지라 조금씩 희미하지만 지프에 탄 승무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억..,.헉, 퍼거슨, 빨리 와.”
“나도 서두르고 있다고.”

앨런이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로 험비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험비가 오고 있어!”

앨런이 퍼거슨에게 소리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순간 앨런은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프에 타고 있는 자들은 모두 죄수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프가 아냐!”

앨런이 허겁지겁 험비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퍼거슨은 순간 멈칫하더니 지프에 탑승한 죄수들을 직접 보고나서야 험비 쪽으로 발을 옮겼다.
앨런은 점점 다가오는 험비 쪽으로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그러다 험비 쪽의 탑승객들을 보고 다시 손이 멈칫하고 만다.

“망할!”

앨런과 퍼거슨 모두 갈피를 못 잡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앨런의 머리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지나갔다.

‘이미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라면?’

앨런과 퍼거슨 모두 바짝 타들어가는 목구멍으로 침을 꿀꺽하고 삼키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타다다다다----

먼저 험비 쪽에서 지프 쪽으로 사격을 가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지프 쪽에서도 험비 쪽으로 응사를 시작했다. 앨런과 퍼거슨은 중간에서 총알을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바짝 엎드린 채로 다행이도 아직 패배하진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덜덜 떨고 있었다. 험비와 지프의 거리가 좁혀지며 총성도 더욱 커지고 있었다.

“오, 하나님.”

앨런이 중얼거렸다.

이윽고 누군가가 앨런과 퍼거슨 쪽으로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따라오게!”

굵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앨런은 안도하였다. 그 목소리에 주인공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던 칼이었다. 앨런과 퍼거슨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따라 서둘러 지프 쪽으로 이동했다. 지프에 타고 있는 자들 죄수뿐이었지만, 덕분에 앨런은 군인 병력이 얼마나 수가 적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됐어, 출발해!”

칼이 외치자 지프들이 일제히 후진으로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험비들 역시 조금 따라오는 가 싶더니 더 이상 추격하기를 포기하고 돌아가 버렸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군.”
칼에 말에 지프들이 일제히 턴을 한 번해서 전진으로 기지로의 귀환을 시작했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요.”

앨런이 칼에게 말했다.
그러자 칼이 앨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존, 상황이 좋지 않다네, 자네 역시 부대원들을 많이 잃은 것 같지만 현재 전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네.”

앨런이 자신이 입고 있는 존의 제복을 힐끔 한 번 보았다. 퍼거슨 역시 앨런을 힐끔 보긴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앨런은 칼의 이야기를 더 듣고 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자네도 방금 보았듯이 놈들이 이미 상륙을 했다네, 벌써 행성 국토의 절반이 멩스크 연맹에게 넘어갔네.”

칼이 계속 이야기했다.

“자네가 지원 요청을 쉬지 않고 해준 덕택에 아틀라스 부대에서는 지원 병력, 델타에서는 무기를 지원해주었네, 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의 죄수들도 몇몇은 지원을 해주었고, 덕분에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티고 있네만, 적의 화력이 장난이 아니야, 며칠 전에 우리 쪽 스파이가 알려온 정보에 의하면 멩스크가 자신의 과학지식을 이용해서 최신병기를 제작하고 하고 있는 것 같더군, 아마도 그 병기가 완성되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분명 패배하게 될 거야.”

칼이 사막을 한 번 둘러보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소령께서는 최대한 적을 빨리 제압하거나, 인명 피해가 커지기 전에 항복을 할 생각이신 것 같지만, 아직은 싸울 만하거든.”
지프는 덜컹거리며 사막을 힘차게 달렸으나 지프에 탄자들은 침묵으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존, 자네가 살아 온 것을 보면 분명 소령님이 좋아하실 거야.”

칼이 허허 거리며 웃었다. 앨런과 퍼거슨도 같이 웃었지만 마음은 더욱 심란해질 뿐이었다.
이윽고 지프가 기지로 들어섰다. 기지는 이미 많은 부상자들과 낙담하는 얼굴의 병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병사들 가운데는 아직도 전투의지가 분명한 병사들도 조금은 있었지만 그 정도로 수로 전쟁이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존, 자네와 노튼 씨는 나와 같이 소령님께 먼저 가야되네.”

칼이 지프에서 내리며 말했다.

“따라오게.”

칼에 말에 앨런과 퍼거슨은 한숨을 쉬며 칼을 따라 기지 외곽에 난 참호로 갔다. 기지를 빙 둘러서 판 참호에는 중간 중간 천으로 친 막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막사들 가운데 소령이 있는 막사를 찾아 칼과 같이 기지 주변을 한동안 돌아다니던 앨런은 병사들 중 몇 명은 총이 아닌 진압용 방망이를 든 것을 보고 상황이 얼마나 불리한지 알 수 있었다.

“충성.”
“충성, 어서 오게.”

칼이 한 막사 안에서 작전을 구상하고 있던 소령에게 경례를 하였다. 그러자 소령 역시 환하게 웃으며 칼을 맞이했다.

“존 중위와 퍼거슨 씨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칼이 앨런과 퍼거슨을 가리키며 소령에게 말했다. 그러자 소령이 앨런에게 악수를 하려다 앨런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앨런과 포옹을 하였다.

“존, 돌아와서 다행이네.”

소령에 말에 앨런은 얼떨결에

“아,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해버렸다.

“노튼 씨도 무사 귀환하셨군요.”

소령이 앨런과 포옹을 마치고 퍼거슨과 악수를 나눴다.

“다른 대원들은?”
“전사했습니다.”

소령이 앨런에게 물었다. 그러자 앨런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군, 그런 위험은 어쩔 수 없었지.”

소령이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칼, 잠시 다른 대원들과 자리를 비켜주겠나?”

소령에 말에 칼이 앨런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른 병사들과 막사에서 나갔다. 소령이 그들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앨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앨런은 얼른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사과를 하려하였다.

“죄송합니다, 전..”
“아니에요, 베리언 씨가 해낸 일에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합니다, 전세가 많이 나쁘긴 하지만 지금까지 버틴 것은 베리언 씨께서 지원 요청을 계속해서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베리언 씨가 존이 죽고 나서 그냥 그대로 귀환하였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았겠죠, 앨런 씨가 중위 행세를 한 것이 발각되면 군법 회의 등의 문제가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기도 하구요.”

소령이 주머니에서 볼펜을 하나 꺼내더니 어떤 서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다쓰고 나자 볼펜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앨런에게 종이를 건내주었다.

“받으세요, 이건 베리언 씨의 이름이 더 이상 앨런 베리언이 아니라 존 아브라함으로 남게 할 증명 서류입니다, 일명 신분증이죠, 만약 다른 부대나 의심을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이 신분증 덕택에 당신은 중위 신분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소령이 앨런에게 윙크를 하였다.

“저에게는 베리언 씨 같은 중위가 있다는 것이 이득이 되니까요, 중위 신분을 거절할 생각을 하진 마세요.”

소령이 준 서류를 받은 앨런은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 존.” 

  소령이 앨런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참, 노튼 씨도 이 일을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현재 군 기강을 바로 잡는 게 쉽지 않아서 이런 사소한 계급 문제로도 반란을 일어날 수 있거든요.”
“물론이죠, 그런데 저에게 주실 건 없나요?”

  퍼거슨이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소령이 군 지원 서류를 퍼거슨에게 건네주었다. 퍼거슨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지원서를 받았다. 그 모습을 본 소령이 키득거렸다.
소령이 웃음을 멈추고 앨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존, 자네는 곧장 칼에게 가서...”

소령이 앨런에게 지시를 내리려는 그 찰나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기지에 울려 퍼졌다. 소령과 앨런, 그리고 기지에 있는 전부가 고개를 들고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죄수들이여, 그대들이 우리와 대적하는 그 무리와 함께 있을 때에 우린 자네들을 죄수라고 부른다네, 하지만 그대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우린 새로운 동지라며 자네들을 부르게 된다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가?”
“이 목소리는!”

앨런이 곧장 막사에서 나와 참호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기지 밖에 광활한 모래사막 쪽을 쳐다보았다. 모래사막 저 멀리로 거대한 비행선이 착륙한 채, 여유가 넘치는 자태로 기지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인 멩스크가 비행선에 여유 로이 앉아 마이크에 대고 항복을 권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모습이 앨런의 머리에 훤히 그려졌다.

“우린 그대들을 향해 총을 겨누길 원치 않는다, 그대들은 우리의 형제다, 어찌 자네들은 자네들을 죄수로 남게 할 그 무리와 동행하고자 하는가?”

멩스크의 목소리가 온 기지에 울려 퍼졌다.

“그들이 자네들을 구원해 줄 거라고 믿는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바로 우리에게 자유가 있으며, 우리들만의 낙원을 건국할 수 있는 힘 역시 우리에게 있다!”

  앨런의 옆으로 소령이 다가왔다.

“이렇게 최전방으로 자신의 비행선을 이끌고 직접 오다니, 아마도 마지막 혈투를 계획한 것 같군.”
“빨리 다른 곳에 병력 지원을 요청하죠. 다른 부기지 시설에 빨리 연락을...”
“아니, 그럴 필요가 없겠어, 어쩌면 우리 병력이 움직이도록 유도해서 약해진 전선을 파고드는 작전일 수 도 있어, 공격을 해올 기미가 보일 때까지는 함부로 지원을 요청해선 안 돼, 봐, 아직까지도 계속 스피커로 나불거리기만 할 뿐이잖아.”

소령이 앨런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멩스크의 연설을 계속 이어졌다.

  “이미 많은 행성에서 우리의 동지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며 몇몇의 행성들은 벌서 우리 동지들이 손에 넣었다, 이제 그대들과 우리가 함께 한다면 망할 지구를 능가할 지상낙원을 건국하여, 그대들로 하여금 그대들에게 자유와 가족을 되찾게 할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와 함께 하자 동지들이여, 그들의 개가 되지 말라, 왜 스스로 울타리에 갇히려 노력하는가, 나와서 우리와 함께 그대들의 가족을 되찾으러 가자,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은가, 자, 자네들의 모습을 한번 보라, 피폐하고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희망과 삶에 가치를 잃어가는 그대들의 모습을!”
참호에 있던 몇몇 죄수들이 무기를 버리고 멩스크의 비행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탈영이다!”

군인 몇몇이서 진압용 방망이로 탈영을 시도하는 죄수들을 붙잡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원한다는 듯이 멩스크의 연설은 계속 되었다.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앨런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소령에게 물어서 확성기를 얻은 다음 곧장 참호를 뛰어다니며 멩스크의 연설을 반박하는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가족에게서 떼어내어 이 춥고 황량한 곳으로 인도한 자가 누구인가, 바로 저기서 신이라도 되는 듯이 나불거리는 멩스크가 아니던가, 우리가 지구에서 감옥에 있을 때에 대체 어떤 힘으로 버텨왔던가, 바로 가족이다, 그런 우리의 희망을 밟아버린 녀석이 누구인가, 바로 저 나불거리는 멩스크가 아니던가, 우리를 죽음 가운데로 내몰고는 마치 매우 커다란 은혜를 베푼다는 듯이 우리에게 나불거리는 저 멩스크의 만행을 보라, 만약 그대들이 저 자에게 가서 굽실거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개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린 그런 자들이 아니다, 우리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고 파괴한 저자에게서 지금 자유라는 소리를 듣고 황홀감에 빠져있는 것인가, 우린 이미 자유롭다, 지금 우리의 자유를 파괴하려 드는 자는 바로 저기 앉아서 여유로이 마이크에 대고 나불거리는 멩스크다, 무기를 움켜쥐어라, 살의를 불사르라, 우리의 원수가 바로 코앞에 있다, 맹수의 눈을 가지고 원수를 노려보라, 저 자의 소리가 구원의 소리로 들리는가, 저건 조롱의 소리다, 속지 말고 마음을 담대히 하고 칼을 갈라, 때가 되었다, 복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앨런의 죄수들을 설득하며 죄수들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동안에도 멩스크의 연설은 계속 되었다. 조그만 한 확성기를 가지고 참호를 돌아다니며 연설을 하는 앨런은 기지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멩스크의 목소리를 상대할 수 없었다. 앨런의 연설로도 탈영자의 수를 줄이지 못했다.
멩스크의 연설이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이제, 동지들이여, 우리가 지금 그대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이 손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뿌리치고 죽음의 늪으로 빠질 것인지는 이제 그대들의 몫이다, 자, 가자, 동지들이여, 우리의 어리석은 동지들을 구원하러 가자, 우리를 옭아매려는 사악한 적들을 쳐부수자, 우리의 자유를 위하여!”

멩스크의 연설이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앨런이 고개를 들어 멩스크의 비행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아아아아아-------

무장한 수많은 죄수들이 비행선에서 몰려 나와 기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적어도 3만이 넘는 병력이었다.

“모두 대기하라!”

앨런이 주변에 떨고 있는 병사와 죄수들에게 외쳤다.

“모두 참호에 가까이 붙고, 총을 꺼내어 적에게 쏠 준비를 하라!”

앨런이 탈영병들이 버리고 간 소총을 집어 들었다.

“준비!”

앨런이 외치자 참호에 있던 병사들이 총을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겨누었다. 뒤를 이어 참호에 있지 않던 병사들도 속속들이 참호 안으로 들어왔다.
입술이 마르고 긴장감에 심장이 평소보다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좀 더 다가오면 사격을 개시한다!”

앨런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앨런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는 이미 사격이 시작되었다.

“중위님, 지금 우리도 사격을 시작해야합니다!”

상병 하나가 앨런에게 외쳤다.

“중위님!”
“아직은 아냐.”

앨런은 기억을 다듬어 보았다. 옛날 전쟁영화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격 명령을 내렸었는지 가물가물해 하던 앨런은 적 죄수들이 발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가 되자 병사들에게 외쳤다.

“사격!!!”

타다다다다---

참호에서 앨런과 병사들이 쏜 총알이 날아가 적 죄수들의 몸 이곳저곳을 뚫고 나가거나 박힌다. 적 죄수들은 앞에 쓰러진 죄수를 밟고 계속해서 전진해 온다. 바로 그 때 기지에 쩌렁쩌렁하게 멩스크의 목소리가 한 번 더 울린다.

“죽여라!”

멩스크의 명령과 동시에 달려오던 3만의 죄수들이 제자리에 앉더니 일제히 참호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앨런은 멩스크의 사격 명령을 듣자마자 참호로 몸을 숙였으나, 적의 비 오듯이 뿜어지는 사격에 미쳐 숨지 못 한 병사들이 얼굴이 걸레가 된 채 참호로 쓰러진다.   와아아아아----
다시 한 번 적 죄수들의 함성이 들리며 다시 대지가 요동친다. 앨런은 서둘러 소총의 탄창을 갈아 끼운 뒤에 달려오는 적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방금 전의 사격에서 살아남은 병사들도 같이 사격을 퍼붓는다. 적과 참호의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타다다다다----

적은 두려움을 못 느끼는 괴물이라도 되는 모양으로 응사조차 하지 않고 참호를 향해 달려오고 있지만, 적에게 사격을 퍼부으면서도 오히려 앨런과 병사들이 조금씩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적과 참호와의 거리가 겨우 100미터 정도를 웃돌게 되자 소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제 1 차 방어군 돌격!”

소령의 명령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지에서 병사들이 우루루 나오더니 참호를 넘어서 진압용 방망이만 손에 들고 적을 향해 돌격하였다.
칼을 든 것도 아니고 진압용 방망이로 그들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제 1 차 방어군은 적에게 20걸음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적의 사격에 일제히 쓰러지고 만다.

“다시 사격!”

앨런이 외쳤다.
이제 적과는 거리가 3~40 미터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타다다---

보로 코앞까지 다가온 적 죄수 네 명을 죽인 앨런은 방어전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벌써 몇몇의 병사들은 참호에서 나와 기지로 퇴각해버렸다.
앨런이 장전을 위해 몸을 숙이고 소총에서 빈 탄창을 빼낸다. 바로 그 때 적 죄수 하나가 참호로 뛰어 들어왔다.

“젠장.”

앨런이 벌떡 일어나 총으로 적 죄수의 머리를 후려친다. 죄수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이어서 적 죄수들이 하나 둘씩 참호로 들어온다. 참호에 남아있던 병사들과 적 죄수들 간에 육탄전이 벌어진다. 앨런도 총으로 적을 후려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적이 자신의 총으로 막아낸 것이었다. 앨런의 총에는 총알이 장전이 되어있지 않았으나 적은 분명 장전이 되어있는 게 분명했다. 앨런은 서둘러 자신의 총을 버리고 그 죄수의 총을 뺏긴 위한 사투를 버린다. 죄수가 왼쪽 주먹으로 앨런의 얼굴을 후려친다. 하지만 앨런은 오른발로 적의 급소를 차버린다. 적이 고통을 느끼고 힘들어 하지만 총을 놓질 않는다. 앨런은 고개를 들 어 참호로 계속 달려오는 다른 적들을 보며 후퇴를 결심한다.

“퇴각하라, 기지 안으로!”

앨런이 총을 놓질 않는 적 죄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외쳤다.

“참호를 버린다, 후퇴!”

앨런이 참호에서 허겁지겁 서둘러 나왔다. 기지 안으로 숨어들어갔다. 기지 안에는 병사들이 2차 방어진을 구축하고 적을 막고 있었다. 앨런은 재빨리 2차 방어진으로 합류했다. 2차 방어진에는 기관총이 배치되어 있었다. 참호를 기어 나와 기지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적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있었지만 탄약이 충분치 못해서 오래 버틸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여기는 타우론, 에코 찰리, 응답하라!”

통신병이 무전으로 다른 부기지 시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앨런은 죽은 병사에게서 권총을 한 자루 얻어서 적에게 사격을 퍼부었다.

탕-탕-탕-탕-

쉴 새 없이 사격하던 기관총 소사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탄약이 떨어진 것이었다.

“건물로 대피하라!”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령의 명령을 따라 병사들이 2차 방어진마저 버리고 건물로 대피했다. 앨런 역시 서둘러 3층짜리 숙소로 대피했다. 숙소의 입구는 소수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헉..헉..제기랄.”

앨런은 복도에 떨어져 있던 소총을 하나 집어들고 숙소의 3층으로 달려가 창가에서 적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창가에서 보는 광경으로 앨런이 얻은 분명한 사실이 있었다, 이미 지원군이 와도 손을 쓰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바로 그 순간 하늘 위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구(毬)형의 작은 수송기들이 모래사막으로 착륙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전에 갔던 엘리트 호위대 용병단의 수송기들이었다. 멩스크의 병사들이 그 광경을 보고 환영의 고함을 친다. 착륙한 수송기들에서 엘리트 호위대 용병들이 6명씩 나오더니 그들은 환영하는 멩스크의 부하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사격을 시작했다. 창가에서 본 엘리트 호위대의 수는 어림잡아 오천 정도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격솜씨 앞에 멩스크의 부하들은 상대가 되질 않았다. 엘리트 호위대의 용병들이 기지안으로 들어와 남은 멩스크의 부하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뒤를 이어서 호루라기 소리가 기지 중앙에서 울렸다. 부기지 시설에서 지원군을 보내준 것이었다.

“제 2 차 방어군 돌격!”

소령의 고함소리가 기지에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

앨런도 속히 숙소에서 나와 제 2 차 방어 군에 합류했다. 방어 군에는 엘리트 호위대도 가세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들은 참호를 넘어서 모래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멩스크의 비행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비행선의 거대한 스피커에서 멩스크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서, 너희들이 가서 놈들을 쓸어버려, 너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방어 군이 쉬지 않고 돌진하여 착륙해 있는 멩스크의 비행선에 접근하였다. 멩스크의 비행선은 멩스크의 부하들이 나올 때 열었던 출구마저 그대로 열려있었다. 방어 군 몇몇이 먼저 비행선 출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출구에서 엄청난 불길과 함께 들어갔던 방어 군이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며 출구에서 달려 나왔다. 비행선을 향해 달려가던 수많은 방어 군들이 순간적으로 돌격을 멈춘다. 이어서 출구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수가 약 40명 정도로 보였다. 온 몸이 갑옷과도 같은 철로 된 방어구들로 싸여있었고, 손에는 매우 거대한 총기와 더불어 몇몇은 팔에 화염방사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멩스크의 최신 병기로군.”

어느 새 앨런의 뒤로 다가온 소령이 외쳤다.
1만이 넘는 방어 군이 주춤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바라보던 멩스크의 병기들은 만이 넘는 방어 군을 향해 사격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화력은 실로 대단해서 기관총 소사와도 맞먹을 화력으로 공격을 해왔다. 그에 대응하여 만이 넘는 방어 군이 응사하였지만 그들의 방어구를 뚫지 못했다. 멩스크의 병기들은 총기에서는 쉴 새 없이 사격이 이어져 왔다. 마치 장전도 필요 없는 것처럼 사격이 계속되었고 겨우 40명에게 천이 넘는 병사들이 쓰러져가고 있었다.

“우리 엘리트 호위대를 물로 보는 것이냐?”

어디선가 앨런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그 목소리가 저격대 준비라고 외쳤다. 그 목소리가 곧이어 사격 명령을 내리자 어디선가 반짝하며 총알이 날아가 멩스크의 비밀 병기들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이어서 소령의 돌격 명령이 내려지자 만이 넘는 병사들이 멩스크의 비행선으로 물밀듯이 들어갔다.

“멩스크를 찾아서 죽여라, 녀석의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

소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져서 비행선 내부를 수색하며 남은 적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앨런은 기억을 더듬어 비행선 내부에 있던 탈출용 비행정이 있던 곳으로 병사 몇몇을 데리고 이동했다.

“멩스크!!!!”

앨런이 탈출용 비행정이 있는 창고 들어가려고 가방을 들고 서 있던 멩스크에게 외쳤다. 멩스크는 호위 부하도 대동하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탈출을 하여 했던 것 같았다. 순간, 멩스크가 두려움에 떠는 얼굴로 앨런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으, 안 돼!”


타타타---


앨런과 병사들이 멩스크를 향해 사격을 가하자, 멩스크는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을 버리고 창고로 급히 들어갔다.
앨런은 병사들에게 멩스크를 쫓아가서 죽일 것을 명령한 뒤에 멩스크가 버린 가방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앨런의 눈앞에 멩스크의 병기가 총을 앨런에게 겨누고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잘 가라.”

타앙------

병기가 앨런의 얼굴에 총알을 박으려 하는 순간, 누군가 먼저 사격을 가해 병기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앨런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앨런은 순간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너....넌!”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앨런이 힘겹게 입을 떼었다. 그러자 그 자가 씨익하고 웃었다.

“그래, 바로 나야.”
“세상에 이럴 수가!”

앨런이 다가가 두 팔로 그 자를 안았다.
“이럴 수가, 테드!”
“하하하.”

앨런과 테드는 두 팔로 잠시 동안 서로 껴안은 채로 있었다.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하하, 나도 그런 줄 알았어.”

테드가 호탕하게 웃었다.

“대체 어떻게?”
“말하자면 길어.”

앨런에 물음에 테드가 한동안 웃더니 자신이 살아남은 이야기를 했다.

“바로 그 날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병동에서 난 정말 죽었을 거야, 간수들이 반란을 진압하느라 내가 다른 죄수 방에 숨는 것조차 몰랐지, 그 죄수는 반란에서 죽었는지 들어오지 않더라고, 그래서....”

테드가 앨런과 간만에 재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 예전에 엘리트 호위대를 찾아갔을 때에 만난 늙은 노인이 나타나 테드의 말을 잘랐다.

“저기....”

앨런은 순간 분노가 끌어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썼다.

“무슨 일이지?”

테드가 물었다.

“아무리 찾아도 멩스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사령관님.”

노인이 테드에게 쩔쩔매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멩스크는 방금 여기로 들어갔어, 내 병사를 몇 명 보냈지.”

앨런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테드가 노인을 돌려보내고, 앨런에게 같이 멩스크를 죽이러가자고 제안했다.

“사령관?”

앨런이 테드에게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말하자면 길어.”

테드가 웃어보였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창고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곳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멩스크가 키득거리며 당당하게 창고 한 복판에 서있었고 멩스크를 잡으라고 보낸 병사들 중 두 명을 뺀 나머지는 모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의 병사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허공에 사격을 연신 가했다.

“너희들, 대체 뭐하는 거야?”

앨런과 테드가 총을 멩스크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서 앨런의 왼팔을 맞추었다.

“크아악.”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테드가 외쳤다.

“유..유령이 있습니다!”

병사 중에 하나가 외쳤다.
그러자 멩스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유령이라고?”

멩스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멩스크의 양 옆으로 총을 든 병사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지?”

테드가 총으로 그들을 번갈아 겨누며 말했다. 앨런 역시 당황스러워 그저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멩스크가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제안을 해왔다.

“이 병사들이야 말로 내 비밀병기지, 하지만 이들로 과연 이 비행선 내에 있는 모든 적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래서 너희에게 제안을 하나하지, 내가 너희를 여기서 살려 보내주는 대신에 너희 역시 내가 이 비행정을 타고 탈출하도록 놔두는 거야, 어때?”
“그거 좋겠군.”

테드가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멩스크가 웃더니 여유롭게 비행정에 올라탔다.

“난 그럼 이만 가겠네.”

멩스크의 말과 동시에 멩스크가 탄 비행정이 불을 뿜으며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멩스크의 병사들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앨런과 테드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멩스크의 시체를 보겠다며 창고로 들어온 소령과 퍼거슨, 그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전쟁은 엘리트 호위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택에 아틀라스, 델타 등을 포함하여 수많은 군 치하의 행성이 반군을 물리치게 되었으며, 죄수로 구성된 엘리트 호위대의 위상 덕분에 멩스크가 자신의 부하들이라 믿었던 죄수들이 멩스크를 배반함으로써 끝이 났다. 하지만 멩스크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고 공동의 적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끝으로 인해 세 나라가 세워지고 이들은 동맹 결의를 통해 멩스크와의 전쟁을 계속 할 것임을 선언한다. 이 세 나라들은 죄수들로 구성되었으며 예전 멩스크의 휘하에 있던 자들이 세운 테란 자치령, 군인과 죄수가 섞여 세운 켈 모리안 연합, 그리고 군으로 구성된 우모잔 보호령이며, 이들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차우 사라 행성을 공동 지휘하는 방안을 통과하여 세 나라의 평화와 통합을 결의했다.(차우 사라: 행성에 제일 먼저 발을 딛은 중국인 마약원 펑차우의 이름을 따서 붙인 행성 이름, 사라는 사막으로 된 마 사라 행성에서 시작된 호칭으로 마, 차우, 바인, 토르, 시온 등의 행성들을 통틀어 사라계에 포함되어 있다고 칭한다. 현재 사라라는 칭호가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그리고 이 세 나라를 통틀어 테란이라 칭한다.-                              
                                                                                                                                             지구연합 백과사전

  
“멩스크에게 대항하는 반란군을 일으켜 죄수들을 구원한 테란 자치령의 지도자 닉과 켈 모리안 연합의 지도자 하버 소령, 우모잔 보호령의 지도자 이반 중령이 한 자리에 모여 차우 행성의 공동 지휘안을 통과시켰음을 알려드립니다!”

지저분한 방 한구석에 낡은 텔레비전에서 열심히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같은 뉴스를 몇 번이나 내보내는 건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방에 한 백인 남자가 뒹굴 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다. 그런 방 한구석에는 언제 벗은 옷인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옷더미가 쌓여있었다.

  띠------

옷더미 속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하지만 남자는 받을 기색이 전혀 없다. 이윽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벨 소리가 멈추더니, 방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잠 좀 자자.”

백인 남자가 문에 대고 외친다.

“중위님, 시온 행성에 있는 도시에서 멩스크의 추종자를 잡았답니다.”

그러자 문 너머에서 누군가 대답을 했다.

“하아.”

백인 남자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방문을 연다.

“그 녀석들은 쉬지도 않나?”
“하하, 어쩌겠습니까, 한 번 가야겠죠?”
“TXQ-22, 하나 대기시켜,  대원들 소집하고.”
“네, 그런데 TXQ말고 최근에 나온 수송선을 타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그들이 방을 나가고, 그들의 말소리도 차츰 방에는 들리지 않을 무렵에 뉴스에서는 열심히 다음 속보를 나불거린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다른 남자는 상황을 매우 손쉽게
    헤쳐 나왔다. 처음 남자의 이름은 예전이고, 두 번째 남자의 이름은 지금이다.   ]              
                                                                                                                           -마샬 짐 레이너


..............................................................................................................................................................................

글쓴이의 수다: 드디어 1장이 끝나네요. 2장부터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이번 것은 내용이 긴지라 스크롤의 압박을 느끼셨다면 죄송하고요~ ㅋ, 오타나 문장에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찾으면 수정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소설 스타 꼭 봐 주실거죠? 아, 그리고 처음보는 분들은 1화부터 읽어주시면 더욱 재밌습니다~.

이 소설의 값은 댓글 ONE이라규. (한 개 만 쓰고가~)

예전 서명을 보니, 난 중2병이었던 모양이다...

  • 1
  • 흑형들의 치열한 싸움
  • 2011-06-07 16:59
  • 2
  • 나이키 쩌는 광고 [1]
  • 2011-06-07 16:54
  • 4
  • 송승근님!!!!!!! [1]
  • 2011-01-09 19:44
  • 5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1-01-09 19:43
  • 6
  • 툴리여 안녕~! [7]
  • 2010-10-09 15:24
  • 9
  • 198킬 0데스 [1]
  • 2010-09-15 21:58

  • 얌마

    2008.09.17 20:14:11

    마지막 편 답게 디테일이 매우 커서인지 내용이 다른 편을 뛰어넘습니다. ㅋㅋ 재밌게 앞으로도 읽어 주실거져? (제발~~~) 2장에는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이카루스

    2008.09.18 07:36:03

    정말 어마어마하게 길군요ㄷㄷ;; 읽는데 죽을 고생을 했답니다;; 그래도 이렇게 멋지게 끝났으니 2장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길 빌어요ㅎㅎ

    얌마

    2008.09.18 12:59:48

    ㄴㅎㅎ,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쓸게여~

    profile

    타락한v달

    2008.09.20 15:32:31

    " 쿨럭 ; 좀 길지만 재밌네요, 근데 '자초지종'이 '자총지종'이라고 써있군요 "-타락

    얌마

    2008.09.20 17:15:20

    ㄴ수정완료! 감사함다 ㅎㅎ 어떻게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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