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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Novel] 서틴 (THIR TEEN) , {011}

조회 수 1126 추천 수 0 2012.08.01 08: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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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맨 처음 금발의 여인과 상회한 평원에 도착한 지성 일행은 부드러운 잔디위에 누인 해진에게 다가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곁을 지켰다. 잠옷 소매로 식은땀을 닦아주며 간호를 하는 선화의 뒤에서 괴로워하는 해진을 내려 보던 지성이 금발의 여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정말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건가요?”

“걱정 마세요. 일시적인 것이니까요.”

“그러면 다행이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다시 해진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지성에 이어 이번엔 선화가 돌아보며 물었다.


“도대체 방금 그 빛은 뭐였죠?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괴로워하는지…….”

“그 빛은 ‘로카메아’라는 천기(天氣)를 사용한 기용(氣用)입니다.”

“로카메아…… 천기를…… 사용한 기용이요?”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선화는 곧 표정을 밝히며 되물었다.


“일종의 마법 같은 건가요?”

“마법이요?”


문명의 차이로 인해 서로의 말을 이해 못하는 두 사람을 본 백발의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여인을 향해 속삭였다. 그러자 의아한 표정의 여인의 입가에 곧 미소가 번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여러분이 알고계시는 ‘마법’이라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구태여 이렇게 괴로운 마법을 써야했나요? 뛰어 내리기전에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잖아요.”


선화가 볼멘소리로 따지듯 묻자 여인은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대답했다.


“물론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했다면 그런 저희를 해진씨가 용납했을까요?

“절대 용납 못하지…….”

“아! 정신이 좀 드세요?”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앉은 해진이었지만 두통은 여전한지 연신 눈살을 찌푸려댔다.


“도대체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한 거에요?”


노성으로 질문하는 지성에게 해진은 양손중지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대답했다.


“깨어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예?”

“그곳에서 뛰어내리면 결과는 둘 중 하나였겠지. 이 말도 안 되는 꿈과 환상에서 깨던가. 아니면 인정 하던가…….”

“꿈과 환상이 아니었다면요? 죽을 수도 있었다고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는 선화를 본 해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박했다.


“아니, 그런 일은 없었을 걸? 허공에 떠있는 섬을 만들 정도의 여자가 나 한 명 정도 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겠지. 안 그래?”


그런 해진의 과용에 놀라는 두 사람 사이로 자신을 올려보며 묻는 해진에게 여인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때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지성이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여인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런데 그 로카메아라는 마법. 아니, 기용이라 하셨나요? 혹시 그 기용으로 저희들을…….”

“맞습니다. 그것으로 여러분이 잠든 사이 이 섬으로 이동시킨 것이지요.”

“설마 했는데, 역시 정신을 차린 후의 두통은 그것 때문이었군…….”

“나도 이 섬에서 정신을 차리고 두통은 있었어. 하지만 방금처럼 심하진 않았다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해진이 의문스런 말투로 말했다.


“해진씨가 이곳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와 방금 전 절벽에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차이점……. 아! 혹시…….”


선화의 커지는 눈망울을 본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바로 수면, 즉 무의식입니다. 사실 로카메아는 두통을 유발하는 기용이 아닙니다. 이 기용은 기용자와 기용대상자의 기(氣)의 균형을 맞추어 기용대상자를 기용자가 있는 곳으로 공간이동을 시키는 것인데 말씀드렸듯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기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기용자 뿐만 아니라 그 대상자도 기를 다룰 수 있어야합니다.”

“기(氣)라는 건 저희들도 대충 압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소설이나 만화, 영화에서나 나오는 허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죠.


지성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잘못 알고 계시는 겁니다. 이 우주상의 모든 생명체에게는 저마다의 기가 존재합니다. 다만 그 종류와 크기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럼 저희 지구인에게도…….”

“예,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기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고요.”


선화의 말에 여인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뜨며 되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간혹 지구인들 중 간두지세 때 믿을 수 없는 힘을 내거나 지혜를 발휘하는 자는 없던가요?”

“그, 그건……. 하지만 그러면 어째서…….”

“저도 의문입니다. 어째서 지구인에게 이런 강력한 봉인이 걸려있는지…….”

“봉인이요?”

“예, 지구인들이 제 힘을 발휘 못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의 기를 억제하고 있는 어떠한 봉인 때문입니다. 제가 지구에 도착하고 폐허가 된 서울의 부상자들을 치유해주며 알 수 있었죠. 하지만 그 강력한 봉인조차 완벽하게 가두지 못해 흘러나오는 기의 기운이 이 정도니 본래 지구인들의 기의 크기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네요.”

“말씀대로라면 기를 다룰 줄도 모르고 심지어 봉인되어있다는 저희들을 어떻게 이곳으로 공간이동을 시킨 거죠?”


지성이 물었다.


“상대가 움직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움직여야죠. 여러분들이 기의 운용에 익숙지 못하니 제가 여러분들의 기에 맞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대상자는 물론 기용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되는데 그나마 그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기의 변화가 적어야 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무의식의 순간, 수면인거죠.”

“그러니까, 방금 전 해진씨는 기의 변화가 심한 상태에서 공간이동을 시켰기 때문에 처음보다 두통이 심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여전히 믿기 힘든 말뿐이군.”


해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 그 말을 끝으로 지성일행은 한동안 허공만 응시하며 말을 잃었다. 잠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여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제 저희를 믿어주시겠어요?”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기까지 했는데 안 믿을 수 없잖아…….”


해진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뭇 진지해진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릴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를 들어볼까?”


해진의 물음에 여인은 고개 돌려 백발의 일행에게 눈짓을 주고는 대답했다.


“세분을 이 섬으로 모셔온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여러분들의 우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해진의 뒤에 있던 선화가 다가오며 물었다.


“현재 이곳 지구를 향해 상당수의 함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내도는 아마 지구시간으로 한 달 후…….”

“잠시 만요. 함대라면, 군대가 오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갑작스런 말에 당혹하는 선화에게 여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화와 달리 놀랍도록 침착한 태도의 지성이 선화를 등지고 여인에게 물었다.


“그들이 그 먼 곳에서 군대까지 끌고 와서는 지구인과 소꿉장난이나 하겠다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면 목적은 역시…….”


지성의 질문에 여인은 옅은 한숨을 내뱉고는 이렇게 답했다.


“예, 침공입니다…….”

“침공의 목적으로 지구를 향하는 외계인의 함대라……. 당신이 무엇을 부탁할지 대충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팔짱을 끼고 송곳눈으로 바라보는 해진에게 여인은 애써 태연한 듯 행동하며 물었다.


“무엇이죠?”

“지금까지 당신네 행성과 지구가 외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더욱이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의 존재조차 모르던 지구인을 왜 돕겠다는 거지?”

“… ….”

“뭐, 당신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의 사도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혹 당신이야 말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야?”


지금까지와 달리 당혹한 표정으로 대답을 아끼던 여인은 이내 살며시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여러분께 그리고 지구인에게 사죄하기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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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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