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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Novel] 서틴 (THIR TEEN) , {007}

조회 수 2701 추천 수 0 2011.07.03 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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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서기2005년 1월6일 지구

부산의 대변항



쌀쌀한 1월의 공기를 조금이나마 데워주던 붉은 태양이 그 모습을 감추고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떠오른 달과 별이 하늘을 수놓을 때 대변항의 한쪽에서는 조업을 나가려는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 많은 어선이 부두를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어선들 중 한곳에 해진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자자, 고마 늦었다카이. 마키 서두르래이~”


하나 둘 어업에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승선을 마치자 해진 아버진 한 선원을 지목하며 말했다.


“다 탔제? 민우야, 계선줄 좀 풀으라.”

“예.”

“이미 풀었어.”


문득 들려오는 당돌한 목소리에 돌아본 그곳에는 작업복을 입은 해진이 계선줄을 들고 서 있었다.


“해진아, 니가 요는 와 왔노?”

“왜는 도우러 왔지.”


그렇게 말하며 훌쩍 어선에 올라타는 해진이었다.


“하하, 웬일이고? 애빌 다 도우러 오고?”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생뚱맞게……. 어차피 방학이라 할 일도 없고 집에서 빈둥대봤자 살만 쪄.”

“어이쿠, 해진이 왔나~”


그 때 이미 면식인 듯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선원 아저씨들에게 해진인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다들 안녕하셨어요?”

“어휴, 오늘 작업은 힘들겠구먼.”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숨 쉬며 말하는 한 선원을 보고 주변의 다른 선원들도 공감하여 홍연대소했지만 신참 선원들만은 그 말의 의미를 몰라 서로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한편 그런 해진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진 조용히 운전실로 들어가 어선을 출발시켰다. 부두를 벗어나고 한동안 현두에서 선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해진이 아버지가 있는 운전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아직 멀었어?”

“글씨다. 부표가 생각보다 파도에 짜다락 밀리가뿌맀나 보네?”

“그래…….”


팔짱을 끼고 운전실의 레이더를 지켜보는 해진에게 아버진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개안은 기가?”

“응? 뭐가?”

“여행 말이다. 알라 때부터 가고 싶어했다 아이가.”

“그, 그건…….”


갑작스런 질문에 해진인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미안하데이. 애비가 돼가지고 하나있는 딸내미 소원은 고사하고 알라 때부터 올케 된 선물하나 몬 해주고…….”

“난 괜찮아… 라고하면 거짓말이겠지?”

“뭐라꼬~”


한쪽 눈초릴 찡그리는 아버질 보며 해진인 피식 웃으며 말했다.


“풋, 농담이야~ 하지만 이해해, 아빠를……. 알고 있어. 제일 속상한건 아빠라는걸…….”

“…….”


바다 위에 놓여 아름답게 빛나는 다리를 가르며 항해하는 어선 속의 아버진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실은 오늘 도우러 나온 건 잠깐이나마 옛날의 기억을 되새겨 보려고 나온 거야. 단지 아빠랑 같이 있고 같이 웃고 고기잡이를 돕는 그 순간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던 과거의 내가 여행이 취소됐다고 속상해하는 현재의 나를 질타하기 위해, 그리고 아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보고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야. 이번에 또 원양어업 나가면 얼마나 헤어져 있을지 모르잖아…….”

“해진아…….”

“여행이야 언제든지 갈 수 있어. 그러니까 아빤 신경 쓰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만 돌아와 . 그게 나한텐 평생소원이고 최고의 선물이니까…….”

“고맙데이, 그리고 미안하데이…….”


그때였다. 밖에서 선원의 고함이 들려왔다.


“선장님 부표를 찾았습니다!”

“찾았나!”


운전실을 빠져나가는 아버지를 뒤따르려던 그 순간 레이더에 수상한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정체불명의 물체는 먼 곳부터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어선의 사방을 뒤덮을 정도로 늘어났다.


“물고기 때? 아니야. 그럼 도대체…….”


불길한 예감이 든 해진이 아버지께 알리기 위해 운전실을 나오자 갑자기 심한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질 도와 생선비린내는 물론 다른 악취에도 익숙한 해진이 마저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윽! 이, 이게 무슨 냄새지?”


악취의 정체 그리고 레이더에 잡힌 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면을 뒤덮고 뒤집힌 채 썩어가는 물고기 때였다. 그리고…….


“아, 아빠…….”


처참한 바다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는 듯 구름으로 가리는 희미한 달빛 아래 푸른 바다는 그렇게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지구력 서기2005년 1월5일 지구

제주도 선화의 자택



오랜만에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선화는 샤워를 마친 후 방 책상위에 쌓여있는 선물과 편지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책상서랍 속에서 꺼낸 작은 상자의 자물쇠를 열어 다 읽은 편지들을 정리하여 넣고선 나른한 몸을 기지개로 풀고 문제집을 찾기 위해 책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집을 꺼내려던 손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훗, 습관은 무섭구나. 그래, 영준의 말대로 가끔은 쉬어 주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반쯤 꺼낸 문제집을 되돌려놓은 선화는 문득 창문 밖으로 무수히 빛나고 있는 별을 보고 시선을 빼앗겼다.


“와, 오늘은 별이 참 잘 보이네…….”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더니 선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집을 나섰다. 별구경도 하고 바람도 쐴 겸 옥상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안고 옥상에 도착해 본 하늘은 어느새 드리운 두꺼운 구름으로 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어떻게?”


실망감에 한숨 쉬던 그 때 인기척을 느낀 선화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본 그곳에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난간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날이 어두운데다 구름으로 달빛까지 가려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선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려는 그 순간 구름이 이동하면서 가려져있던 달이 차츰 드러나며 서서히 얼굴의 윤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빛이 목까지 내려와 얼굴이 드러났을 때 선화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너, 너는!”


아침에 공원에서 보았던 백발의 아이였다. 아이는 선화가 자신을 알아보길 기다렸다는 듯이 난간에 손을 집고 몸을 일으켰다.


“위, 위험해!”


하지만 선화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선 백발의 아이는 결국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고 말았다.


“안 돼!”


황급히 난간으로 뛰어가 아래를 확인한 선화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뭐, 뭐야 이게…….”


마치 지옥에 온 듯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신음과 비명소리, 쓰레기처럼 널린 시체들과 폐허가 된 도시들……. 바로 그곳에서 역겨운 피비린내로 더렵혀진 바람이 울부짖고 있었다.



지구력 서기2005년 1월4일 지구

대전의 한 공원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두 사람과 헤어진 지성인 집으로 돌아가며 숲속에서 만났던 여자를 되새겼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려 해도 절벽에서 정신을 잃은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성인 오른쪽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그 여자에게 지혈을 위해 묶어줬던 손수건……. 이게 내 손목에 묶여 있었다는 것은…….”


하지만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지혈을 위해 묶었다면 분명 혈흔이 있을 텐데 혈흔은커녕 마치 새것처럼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지성인 머리를 쥐어 잡으며 혼란스러워 했다.


“뭐야 그럼. 내가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했다는 건가? 아! 모르겠어!”


창양함에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던 지성인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손을 멈췄다.


(“흐흑…….”)

“뭐, 뭐지?”


지성인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곧 공원의 한 구석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진 곳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내고 살며시 그쪽으로 걸어갔다. 역시나 나무에 가까워질수록 울음소리는 커져갔다.


“(오늘 왜 이러지? 정말 귀신에게 홀린 건가?)”


무성한 다른 나무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던 지성인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있는 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췄다. 울음소리는 두 그루의 나무 중 좀 더 크기가 큰 측백나무에서 나는듯했다.


“(잠깐, 이 나무는…….)”


잠시 나무를 올려다보며 무엇인가 생각하던 지성인 조심스럽게 나무 뒤로 걸어갔다. 과연 그곳에는 한 아이가 쭈그려 앉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꼬, 꼬마야… 여기서 왜 울고 있어?”


지성의 물음에 서서히 고개를 들어 보인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지성인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붉은 피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아이는 바로 어린 시절 지성의 죽은 형이었던 것이다.


“혀, 형!”

“나무가 죽었어…….”

“뭐라고?”

“꽃이 죽었어……. 생명이 죽어가고 있어…….”


지성인 무릎을 굽혀 형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였다. 측백나무가 갑자기 불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앙상한 가지만 남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식물들이 시들거나 불타서 죽고 지진으로 대지가 갈라지며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게……. 형 일단 여기서!”


하지만 지성의 손끝엔 이미 형의 모습은 없었다.


“뭐, 뭐야. 형! 어디 있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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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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