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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서기2005년 1월4일 지구
한국의 섬 도시 제주도의 한 가정집
밤이 깊은 시각. 바쁜 일과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내일을 위해 고단한 몸을 누이며 하루를 마치는 사람들과 달리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오며 아직 잠들지 않는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에서 공부를 하던 한 여학생이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어 찌뿌듯한 몸을 풀기위해 기지개를 펴고선 다시 집중을 하려던 그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중년의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어두컴컴한 방을 보고 혀를 차고는 방문 옆의 스위치를 키며 말했다.
“너도 참… 불은 켜고 하지. 눈 나빠지려고…….”
어머니의 말에 여학생은 무안한지 볼을 긁적이며 수줍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집중하다 보니 날이 이렇게 어두워졌는지도 몰랐어요.”
“조금 쉬어 가면서 하렴. 그러다 몸이라도 상하면 어떡하려고…….”
어머닌 책상에 깎아온 과일을 올려놓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엄마도… 저가 무슨 하루 24시간 공부만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과장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말리지 않으면 그보다 더하지…….”
“후훗, 그래요?”
자신도 인정하는지 순순히 꼬릴 내리며 웃어 보이는 여학생이었다. 그런 여학생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머니가 물었다.
“좋으니?”
“네, 17년 만에 처음으로 가보는 학교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사과하나를 베어 무는 선화의 모습을 보자 순간 복받쳐 흘러내리는 눈물에 어머닌 황급히 고갤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 그럼 엄만 잔다. 적당히 하고 자렴.”
“예, 안녕히 주무세요.”
서둘러 방에서 나온 어머닌 방문에 기대어 눈물을 훔치며 속삭였다.
“고맙다…….”
과일 한 접시를 비우자마자 바로 공부에 매진하는 이 여학생의 이름은 이선화. 4년 전 태어날 때부터 앓던 병이 완쾌되어 퇴원을 한 그녀는 13년 동안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여 초,중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작년에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하였다. 본래 대학을 가도 충분한 실력이었으나 교복을 입는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선화의 의견을 존중한 부모님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여 이번 년도부터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잠들고도 한참을 공부하던 선화는 졸음이 밀려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 잠을 깨기 위해 빌라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기 위해서였다. 평소 옥상은 주로 공부 중 답답함을 느끼거나 잠을 깨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과거 병원에서의 생활이 생각 날 때마다 찾고는 했다. 옥상에 도착한 선화는 난간에 기대어 밤하늘을 올려보며 눈을 감았다.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던 그녀에게 어디선가 작성이 들려왔다.
“뭐지?”
주변을 둘러보자 옥상위에 심어놓은 나무에서 까치 한 마리가 지저귀고 있었다. 의아한 마음에 시계를 내려다보니 바늘이 1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선화는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까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 시간에 까치가 활동할 리가 없는데…….”
그런데 선화가 다가오자 갑자기 울음을 멈춘 까치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이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놀란 선화는 급히 뛰어가 까치를 살펴보았다.
“주, 죽었어…….”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던 찰나 까치의 사체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는 피범벅이 되었다. 적지 않게 놀란 선화가 뒤로 넘어지며 밀려오는 두려움에 서서히 물러나던 중 무언가와 부딪쳐 천천히 뒤돌아본 그곳엔 난생 처음 보는 거대한 생명체가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꺅!”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킨 선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자신의 방이라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 이었구나…….”
“왜 그러니!”
선화의 비명에 놀란 어머니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악몽을 꾼 거 같아요.”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기에. 어머, 이 식은땀 좀 봐…….”
어느새 창밖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아 아마 선화 자신도 모르게 잠이든 것 같았다. 젖은 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주던 어머닌 선화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어깰 툭 건드리고는 꾸짖듯 말했다.
“그러게 적당히 하지.”
“죄송해요…….”
“조금 있음 손님이 올 거야. 준비하렴.”
“손님?”
“너도 잘 아는 사람이란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머 벌써 왔나보네. 예~!”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밖으로 나가는 어머닐 보자 호기심이 생긴 선화도 빼꼼히 고갤 내밀며 밖을 살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 너희!”
“선화야. 오랜만이다!”
“지영아! 영준아!”
손님은 다름 아닌 선화가 병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퇴원한 이후 선뜻 기회가 닿지 않아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이 그리워질 무렵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들이 선화는 매우 반가웠다.
“어쩐 일이야 모두?”
“다들 선화 네가 퇴원 후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하잖아. 병원에 외출허락 받고 온 애들도 있고 퇴원한 애들은 따로 수소문해서 찾아 왔지.”
“정말?”
선화와 여자 친구들은 한참을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영준이가 지영의 어깰 두드리며 속삭였다.
“저기, 언제까지 반가울 건데?”
“아참, 내 정신 좀 봐. 선화야 오늘이 네 생일이지?”
지영의 말에 문득 생각이 난 듯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하는 선화였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잊고 있었어.”
“그럴 줄 알았다. 나가자, 보나마나 온종일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쌓였을 텐데 우리가 시원하게 풀어줄게!”
선화는 말없이 고개 돌려 어머닐 바라보았다. 그에 선화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미소 짓는 어머니의 표정에 힘차게 고갤 끄덕이며 소리쳤다.
“응!”
지구력 서기2005년 1월5일 지구
선화의 집 근처 공원
눈부신 햇살아래 공원은 1월 초 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온화했다. 공원은 아이와 산책 나온 어머니들이나 연로하신 어르신들 그리고 연못을 누비는 철새무리를 제외하고는 평일 오전시간이라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원래는 좀 더 멀리 좀 더 기억이 남는 장소로 가고 싶었지만 근처 공원으로도 괜찮다는 선화의 등쌀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따라온 친구들은 평온한 선화의 표정을 보자 불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준이 물었다.
“좋지?”
“어? 아, 응…….”
“평소에도 너무 집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지 말고 가끔 이렇게 나와 해라도 봐. 너희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더라.”
“엄마가?”
순간 옆구리로 파고들어오는 지영의 팔꿈치에 앗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아, 비밀이었나?”
“하여튼 칠칠맞기는.”
지영인 영준의 가벼운 입을 원망하며 눈을 흘겼다.
“사실 너희 어머니 덕분에 전부 모일 수 있었던 거야. 우리도 예전부터 만나고야 싶었지. 하지만 부모님과 병원 측에서 쉽사리 외출허가를 내주지 않더라고. 너희 어머니가 사정사정해서 겨우 나올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리한테 부탁하시더라. 너랑 같이 어디 좋은 곳으로 좀 놀러가 주라고. 선화 네가 가뜩이나 소심한데 13년 동안 병원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사회에서 친구가 아직 없어서 그런지 밖에 한 번 안 나가고 매일 공부만 한다고 말이지.”
“…….”
선화는 병원에서나 퇴원해서나 항상 자신을 위해 생각하시고 희생하시는 어머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워, 모두…….”
“우리가 뭘, 오히려 나랑 지영이도 너희 어머니덕분에 오랜만의 외출인데. 어머니한테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응, 그럴게…….”
“아~ 배고프다. 우리 뭣 좀 먹자!”
두 팔 벌려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영준일 보고 지영인 미간을 찌푸리며 구시렁댔다.
“쟤는 식도 다음 바로 장인가?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먹을 걸 찾아.”
“그 정도는 간식이지.”
“못살아 진짜…….”
둘의 모습을 보면서 선화는 과거 지영과 영준의 말다툼을 보며 항상 곁에서 함께 웃어주던 얼굴을 떠올렸다.
“승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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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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