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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 Novel] 서틴 (THIR TEEN) , {003}

조회 수 2623 추천 수 0 2011.02.26 18:49:19


 

지구력 서기2005년 1월4일 지구

한국의 중심도시 대전.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전의 한 헬스클럽. 운동을 하는 건지 작업을 거는 건지 모를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한 남학생만이 런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땀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머신 앞에 설치된 TV에서 무엇인가를 본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귀에 꼽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내려와 트레이너가 건네주는 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바로 거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보던 트레이너가 말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열심히니?”

“누나도… 언제 제가 열심히 하지 않는 거 보셨어요?”


트레이너는 동감하는 표정을 짓다 이내 궁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뭐랄까… 전처럼 표정이 즐겁지 않은데?”


계속되는 트레이너의 추궁에 할 수 없이 사실을 털어내는 남학생이었다.


“실은 예전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래요. 생각 안하기 위해서 운동에 집중을 하려고 했던 건데…….”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를 힐끗거리는 그의 시선을 쫓자 TV에서 한 아이가 가족으로 보이는 사체 앞에서 오열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챈 트레이너는 당황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그, 그랬었어?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진작 말하지 그랬어! 하하…….”

“그래서 지금 말씀드린 거잖아요…….”


트레이너는 더욱 당황스러워 하며 남학생의 등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습소를 멈추고는 남학생에게 물었다.


“그럼 기분도 풀 겸 나랑 놀러 갈래?”


남학생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헬스클럽에 있는 남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헬스클럽에 온 남자들은 이 미모의 여자 트레이너를 만나기 위해 흑심을 품고 온 사람이 대다수다. 그런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남학생은 그녀에게 작업을 걸려는 남자들의 경계대상 1호인 것이었다. 남학생은 시선을 다시 트레이너에게 옮긴 후 물었다.


“누나는 약속 없으세요?”

“글쎄~ 오늘은 너랑 있고 싶어서 안 만들었어.”


그렇게 말하고 교소 짓는 트레이너였다. 남학생은 고소 짓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두 손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아, 약속! 저 오늘 친구랑 등산가기로 했어요.”

“등산?”


기회를 포착한 남학생은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미안해요 누나! 내일 봐요!”

“자, 잠깐만! 아이 참…….”


속상해하는 그녀를 보며 주변 남자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부리나케 헬스클럽을 빠져나온 남학생은 메어두었던 자전거를 타고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 남학생의 이름은 박지성. 그도 올해 입학하는 새내기 고등학생이다. 아침부터 운동을 하던 모습처럼 상당히 자기관리가 철저하지만 요즘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트레이너 누나 때문에 매번 헬스클럽에 가기 전 한숨을 달고 사는 지성이었다. 물론 누나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지성인 헬스클럽에서 못했던 샤워를 하기 위해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누군가 다짜고짜 가방을 들이밀었다.


“어머니?”

“언제 왔니? 준비는 내가 다 해놨단다.”


옅은 함소를 머금은 채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지성인 뒷머릴 긁적이며 대답했다.


“괜찮은데…….”

“그리고…….”


등 뒤의 작은 상자 같은 것을 싼 보자기를 꺼내 흔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친구랑 먹으렴.”

“도시락이에요?”

 

물음에 말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였다. 지성인 아침부터 달그락 거리며 무언가를 준비하던 소리를 되새겼다.


“고마워요, 어머니.”

“고맙긴…….”


도시락을 건네받은 지성인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는 현관을 나서며 말했다.


“늦어도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올게요.”

“지성아…….”

“예?”


뒤돌아본 지성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목구멍에서 맴돌기만 하는 듯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는 어머니였다. 한참을 초사하던 그녀는 결국 말을 아끼며 두 손을 흔들어보였다.


“아, 아니다. 그래 몸 조심히 다녀오렴.”

“예, 다녀오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가는 지성의 뒷모습을 보시던 어머닌 집 밖에 내놓은 깨진 화분으로 옮겨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 일도 없겠지…….”


집을 나선 지성인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았다. 아니나다를까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친구가 뽀로통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그를 맞이했다.


“어쩐 일이냐? 네가 약속시간을 안 지키다니?”

“미안, 사정이 있어서…….”


지성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친구의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겠네…….”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는 친구였다. 지성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에~! 누, 누나!”


그곳엔 언제 왔는지 트레이너 누나가 등산복 차림으로 서 있었다.


“여긴 어떻게?”

“어떻게는… 몰래 뒤 쫓아왔지.”

“아~ 여자랑 연애하시느라 늦었다?”


친구는 비아냥거렸다.


“오, 오해야!”


당황망조하는 지성에게 트레이너 누나는 다가와 팔짱을 끼고는 놀리듯 말했다.


“나 오늘 약속 없다니까? 너랑 있으려구~”

“아, 골치야…….”


한 편 머리를 부여잡고는 곤욕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멀리서 미소 짓는 그림자가 있었다.


“찾았습니다. 두 번째 주인…….”


몇 분 후 지성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터덜터덜 산을 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옆에는 트레이너 누나가 바짝 붙어 걷고, 뒷머리에 전해지는 따가운 시선에 친구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안되겠다 싶은 지성인 끼고 있는 팔짱을 풀며 물었다.


“저, 저기 누나… 부탁인데 조금 떨어져서 걸으면 안될까요?”

“왜?”

“등산하는데 불편해서…….”

“거짓말! 너는 누나가 싫은 거구나!”


그러고는 갑자기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는 지성이가 당황하자 곧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폭소하는 누나였다.


“하하! 당황하는 모습 좀 봐.”


속았다는 것을 안 지성인 얼굴이 붉어진 채로 걸음을 재촉했고 뒤에서는 친구가 그런 지성의 모습을 한심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너도 여자 다루는 실력은 형편없구나…….)”


하지만 얼마안가 상황은 반전됐다. 산을 오르는데 지친 트레이너 누나가 지성에게 부탁하는 꼴이 되고만 것이다. 연고개의 쉼터에 다다랐을 때 누나의 고집에 별 수 없이 쉼터에서 조금 쉬어가기로 한 일행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시던 지성은 축 처져 있는 누나에게 물었다.


“누난 헬스 트레이너 맞아요? 겨우 이 정도로 녹초가 돼서는…….”

“원래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할 때는 요령이 없어서 뭐든 힘든 법이야. 그나저나 정상은 아직 멀었어?”

“시루봉이요?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에? 힘들어. 난 더 이상 못 가!”

“그러게 누가 무턱대고 따라오래요?”

“너무해! ‘그럼 제가 업고라도 갈게요~’ 이래 주면 덧나?”


지성이와 친구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현실이 무슨 SF 판타지 멜로드라만 줄 아세요…….”


연방 아랫입술을 삐죽이던 누난 또 무엇이 궁금한지 표정을 풀고는 물었다.


“그런데 왜 이 산 이름이 보문산일까?”

“누가 누나한테 ‘왜 이름이 이주현이에요?’ 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거에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야… 부모님이 그렇게 지어 주셨으니까.”

“이 산도 누군가 그렇게 지어줬겠죠.”

“…….”


한동안 적막함이 흘렀다.


“재미있냐?”


친구가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하하, 그건 농담이고…….”

“(재미없어. 그런 농담…….)”

“옛날에 이 산에 보물이 묻혀 있다 하여 보물산이라고 불리다가 보문산이 되었다거나, 산에 나무를 하러왔던 나무꾼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려줘서 얻은 은혜를 갚는 보물주머니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전설이 있어요.”

“아, 보물…….”

“예, 보물이요…….”


지성인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안 좋은 기억이라는 게 이산에 관한 일이야?”

“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 방금 표정이 헬스클럽에서 지었던 표정하고 닮았었거든…….”


지성인 당황하며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아, 아니에요. 그만 출발하죠. 주봉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누나도 힘내세요.”

“칫, 조금 전엔 멀었다며?”

“거짓말이죠. 후훗.”

“(정말 짓궂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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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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