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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예, 오랜만이네요.
더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냥 조용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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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도 귀에 익숙한 성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궁리하다 이내 동공이 커지며 소리쳤다.
“내가 해변에서 들었던 목소리…… 맞아! 저 목소리였어.”
이를 악무는 해진을 일견한 지성인 자신들을 바라보는 백발의 아이와 그의 일행을 돌아보며 발구하였다.
“저희들의 공통점, 그건 바로 난생처음 겪는 기이한 일들과 정체불명의 거대한 생명체를 목격했다는 것 그리고…….”
비로소 짙었던 청연이 흩어지고 그 모습이 확연히 들어난 자를 보며 지성인 양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을 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났던 금발의 여자. 선화씨가 만났다는 아이의 어머니, 제가 만난 등산객, 해진씨가 들었다는 목소리까지…… 그래, 전부 당신이었어.”
그러나 세 사람의 시선이 향한 그곳엔 선화가 만났던 아이의 어머니도 지성이 보았던 등산객도 없었다. 단지 막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눈부신 순백의 드레스를 차려입은 한 여인만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내고도 여전히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세 사람을 보다 못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악의는 없으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주위를 맴돈 것도 모자라서 잠든 사이 몰래 납치까지 한 주제에 경계하지 말라고? 도대체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기가 막혀 혀를 차는 해진을 보며 여인은 점잖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좀 더 정중히 모시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뭐라고!”
그 때 흥분하는 해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지성이 대화를 걷질러 들어왔다.
“악의에 의한 납치가 아니라면 저희들을 이런 숲속까지 데려온 이유가 뭐죠?”
“… … 여러분의 우조를 받기 위해서, 그리고 우조를 드리기 위해서라고 할까요?”
의미심장한 대답에 서로의 얼굴만 멀뚱히 쳐다보는 일행을 향해 옅은 미소를 띠우던 여인은 지성과 선화 그리고 해진을 갈마보며 본격적인 예를 갖추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이곳 지구로부터 6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베이스성에서 온 여신 베르단디라고 합니다.”
순간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이내 해진의 실소가 울려 퍼졌다.
“이 여자가 벌써 노망이 들었나, 지금 뭐라는 거야?”
“역시 이 행성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여인은 곧 숙였던 고개를 치켜들고 일행을 바라보며 물었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들 중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지 않아 개화하지 못한 행성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거색이 짙어지는 일행의 얼굴을 눈치 챈 여인은 결국 답을 포기하고 자문자답 하였다.
“그들은 대부분 외계의 또 다른 문명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지독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 벌어지면 대다수 그것을 인정하기보다 부정하며 결국 자기합리화에 이릅니다. 조작이다, 착각이다, 꿈이다 라고 말이죠…….”
“결국 저희들도 그런 그들과 같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점잖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화의 질문에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모습을 아니꼽게 지켜보던 해진이 선화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설마 저 헛소릴 믿는 건 아니겠지?”
“물론 믿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저분의 인상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곤…….”
“답답하기는, 치명적인 독을 품은 녀석일수록 겉모습은 아름다운 법이야.”
계속해서 자신들을 부정적인 관념으로 바라보는 해진을 보다 못한 여인이 두연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믿던 안 믿던 그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던 이미 존재하는 현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눈을 노려보며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사이로 선화와 지성인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뇌민하고 있었다. 그 때…….
“좋아, 믿어주지. 단, 조건이 있어.”
해진의 갑작스런 발언에 여인은 물론 뇌민하던 선화와 지성 그리고 백발아이와 그 일행까지 일제히 해진을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
“무엇이죠?”
“우리 눈앞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해봐. 당신들이 외계에서 왔고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것이 꿈과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해진이 내건 조건에도 여인은 언소자약하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 ….”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녀의 행동에 보깨는 해진이었지만 애써 태연히 여인을 따라나섰다. 꽤 오랜 시간 숲속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던 금발의 여인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불어오던 맞바람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거세져서야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여러분들이 서 있는 이곳은 이 섬의 끝자락입니다.”
“섬이요? 그럼 이곳이 섬이었단 말씀이세요?”
여인은 놀라는 선화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서 묻겠습니다. 제 뒤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돌아나가면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누굴 바보로 아나? 섬이라면 당연히 바다가 있겠지.”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에 언짢아진 해진이 빈미하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구인이 그리고 여러분께서 현재 알고 계시고 또 인정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함소 지으며 옆으로 비켜서는 여인의 의도를 눈치 챈 일행은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앞서나가 말없이 서있는 해진의 뒤로 다가오던 선화와 지성은 눈앞의 광경에 외마디의 말밖에 꺼낼 수 없었다.
“아…….”
“이, 이건가. 호흡이 가빴던 이유가…….”
어느새 칠흑같이 어두워진 밤하늘 사이로 일행과 맞보고 있는 거대한 월구가 두 눈 가득 들어오고 월구를 둘러싼 웅혼한 기운의 구름산맥과 자신들의 발아래 놓인 드넓은 대해는 일행의 상식을 처참히 부셔놓고 있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일행을 관망하던 여인이 곁으로 다가오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곳은 제가 한동안 지구에서 머물기 위해 태평양이라고 불리는 바다 상공에 임시방편으로 만든 인공섬입니다.”
“인공섬이요?”
“예, 지구에서의 섬이란 주위가 전부 바다로 둘러싸인 육지를 섬이라고 정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다른 행성들은 물론 저희 행성에도 바다가 아닌 공명에 떠있는 섬이 존재합니다. 바로, 이곳처럼 말이죠.”
여인은 시선을 돌려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해진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것으로 저희가 지구인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된 것 같은데요…….”
그 때 해진이 돌연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놀란 백발의 아이가 달려나가려하자 그 모습을 본 여인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냥 두세요.”
“예? 하지만…….”
돌아보는 그녀의 표정에서 마음을 읽은 백발의 아이는 곧 기울였던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 숙여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한 편 결국 섬 아래로 뛰어내리는 해진을 붙잡지 못한 선화와 지성인 당황망조하며 발만 구르다 가만히 서있는 여인과 백발아이의 일행을 발견하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다가와 소리쳤다.
“그냥 저렇게 둘 거예요? 어떻게 좀 해보세요!”
선화의 간곡한 외침에도 부동하던 여인은 두연 두 손을 마주잡고 천천히 눈을 감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로카메아…….”
그러자 여인의 앞으로 눈부신 광채가 비추더니 곧 사그라지며 쓰러진 해진이 모습을 나타냈다. 광채 때문에 눈을 감고 있었던 선화와 지성도 해진의 모습을 확인하고 황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
“해진씨!”
가까이 다가가보니 해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괜찮아요? 왜 갑자기 그런 짓을…….”
걱정스레 묻는 선화의 질문에도 해진은 답을 못하고 이만 악물었다.
“한동안 심한 두통으로 말하기조차 힘드실 겁니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금발의 여인이 조금 심란한 얼굴로 해진을 내려 보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 돌려 백발아이의 일행에게 탁기했다.
“해진씨를 부축해서 평원으로 가주시겠어요? 아무래도 그곳에서의 회복이 좀 더 빠르겠네요.”
여인의 언탁에 단번에 쓰러져있던 해진을 부축하여 숲으로 향하는 일행을 멍하니 바라보던 두 사람은 문득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곳을 돌아보았다.
“바람이 거셉니다. 두 분도 이동해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평원에서 해드리겠습니다.”
“… ….”
선화와 지성인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서둘러 금발 여인을 뒤따랐다. 모두가 사라진 절벽. 홀로남아 쓸쓸히 월광을 비추던 거대한 월구도 드리우는 구름산맥 사이로 그 웅장한 모습을 조금씩 감추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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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고양이맛살】
2012.04.29 15:57:39
잘 보고 갑니다